함덕주는 24일 인천 SK 행복드림 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SK와 원정에서 10-9로 쫓긴 8회 등판해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9회 2사 뒤 안타 1개와 볼넷 2개를 내주며 만루에 몰리기도 했지만 최고 타자 최정을 삼진으로 돌려세워 1점 차 승리를 지켜냈다.
이날 세이브를 추가한 함덕주는 7개째로 LG 정찬헌과 함께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올 시즌 1승 2홀드 평균자책점(ERA) 1.56의 빼어난 성적이다.
함덕주의 기록이 더 빛나는 것은 시즌을 마무리로 시작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선발로 뛴 함덕주는 팀 상황에 따라 올해 역할은 불펜 필승조였다. 실제로 함덕주는 시즌 개막 뒤 4월 초순까지 1승 2홀드 1세이브를 올렸다. 지난달 30일 kt전 1세이브도 1점 차 리드였던 7회 2사에서 등판했다가 팀이 8회 3점을 뽑아 그대로 9회까지 던진 것이었다.
하지만 팀 마무리 김강률이 어깨 피로 누적으로 2군에 내려가면서 함덕주가 그 역할을 대신했다. 지난 12일 삼성전을 시작으로 7경기에서 6세이브를 올린 것이다. 블론세이브는 아직까지 기록하고 있지 않다.
그만큼 많이 던지고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이다. 정찬헌은 올해 14경기 14⅓이닝, 6세이브로 공동 2위인 조상우(넥센)와 정우람(한화)는 각각 10경기 11이닝, 9경기 8이닝을 소화했다.
여기에는 두산의 어려운 불펜 상황이 자리하고 있다. 두산을 올 시즌 함덕주와 함께 박치국, 곽빈(이상 15경기), 이영하(11경기) 등이 필승조를 이루고 있다. 이현승과 김승회, 홍상삼, 김명신 등이 받쳐줘야 하지만 부상이거나 컨디션이 아직 올라오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김강률까지 빠져 함덕주는 필승조+마무리까지 1인 2역을 하게 된 것이다.
두산 불펜의 현실은 24일 경기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당초 이날 선발로 이영하가 나선 두산은 1-3으로 뒤진 4회 2사 2루에서 박치국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후 10-3으로 역전한 6회는 곽빈을 투입해 승세를 굳히는 듯했다. 그러나 7회 1사에서 이날 1군에 복귀한 김강률이 8회 연속 4안타로 4실점, 김승회가 2안타(1홈런)로 2실점하면서 10-9, 1점 차까지 쫓겼다.
결국 두산은 함덕주를 조기 투입했고, 8회 급한 불이 꺼졌다. 그런 함덕주는 9회 2사 뒤 위기에 몰렸지만 뒤에 나올 투수가 없었다. 다행히 함덕주는 최정을 잡아내며 값진 승리를 지켜냈다. 함덕주가 소년 가장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경기 후 함덕주는 "점수를 많이 뽑아서 이길 거라 생각했는데 항상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스트레칭을 하고 잘 준비하고 있었던 게 잘 막을 수 있었던 요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최정 형에게 파울홈런을 맞았을 때는 아차 싶었지만 어차피 파울은 스트라이크니까 다음 공을 확실하게 던지면 속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면서 "(포수) 양의지 형의 리드에 따라 체인지업을 또 던졌고, 삼진을 잡을 수 있었다"고 마지막 장면도 떠올렸다.
자신보다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고, 선배를 따뜻하게 배려했다. 함덕주는 "9회 위기 때 이강철 코치님과 양의지 형이 '지금까지 네가 잘 던졌기 때문에 여기서 안타 맞아도 네 탓 할 사람 없다'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더 자신있게 들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강률이 형도 아직 제 컨디션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어차피 나보다 더 뛰어난, 좋은 투수인데 오늘 하루 컨디션이 안 좋았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려운 승리를 지켰지만 반성이 따랐다. 함덕주는 "9회 2사까지 잘 잡고 여기서 끝내겠다 전력 투구했는데 김성현 선배에게 안타를 맞았다"면서 "그래서 혼자 안 좋은 생각해서 볼넷이 많아지고 순간 흔들렸다"고 돌아봤다. 이어 "이틀을 쉬어서 힘들지 않았지만 내 스스로 많이 던진 것"이라면서 "더 빨리 끝낼 수 있었는데 내가 잘못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승리는 기쁘다. 함덕주는 "(최정 형을) 잡고 끝냈을 때는 순간 소름이 돋더라"면서 "이제 끝났다는 생각에 기쁘고 팀이 첫 주 승리로 시작하게 돼 나도 좋다"고 환하게 웃었다. 두산의 시즌 초반 1위를 짊어지고 있는 소년 가장의 미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