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척박한 상황에서 시작된 서울환경영화제가 올해로 벌써 15회째를 맞았다. 영화를 매개로 다양한 환경 이슈를 점검하고 시민의 환경 감수성과 인식을 확장해 새로운 환경 문화를 만들어가는 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 환경영화제의 개막작과 주요 상영작, 행사 개요를 설명하는 '제15회 서울환경영화제 기자회견'이 24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렸다. 이명세 집행위원장, 최열 조직위원장, 맹수진 프로그래머, 홍보대사 '에코프렌즈'에 위촉된 배우 권율과 김효진,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이 참석했다.
올해 환경영화제의 화두는 미세먼지와 쓰레기 대란이었다. 미세먼지 절감 대책은 시민들의 관심사로 떠오를 만큼 중요한 쟁점이 됐고, 쓰레기 대란은 최근 중국이 폐기물 수입을 규제하면서 촉발됐다.
최열 조직위원장은 "그동안 한국의 쓰레기 분리수거 정책은 중국으로의 수출을 담보하는 것으로 이어져 왔다"면서 '플라스틱 차이나'를 특별 재상영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상영된 '플라스틱 차이나'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사람들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의 소비문화를 그렸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씻고, 청소하고, 재활용하면서 사는 주인공들은 다른 사람들처럼 교육, 건강, 신분 상승에 대한 꿈을 꾼다. 이 작품은 중국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환경영화제의 홍보대사인 에코프렌즈로 선발된 배우 김효진은 "자라나는 아이들이 걱정될 만큼 환경 오염이 심각하다"며 "내가 숨 쉬고 살아가는 지구 환경을 생각해보고 고민해보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맹수진 프로그래머는 "환경 문제는 내일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의 문제"라면서 "환경영화제가 전 세계 환경 운동 흐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영화제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올해 개막작은 스위스의 크리스티안 프라이, 막심 아르부가예브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창세기 2.0'이다. 북극해 연안에 있는 뉴 시베리안제도에서 멸종한 매머드의 상아를 찾아다니며 돈을 버는 사냥꾼들의 이야기다. 자연의 비밀과 미스터리, 창조에 관한 관점의 차이, 그 안에서 인류의 역할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이번 환경영화제에서는 총 19개국 56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국제경쟁, 한국경쟁 부문을 비롯해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에코 밥상으로의 초대, 꿈꾸는 사람들, 창백한 푸른 점 공존, 일본영화특별전, 가족의 모든 것, 영화는 영화다 등 테마가 있는 섹션들이 풍성하게 마련돼 있다.
이명세 집행위원장은 "이번 서울환경영화제에서는 '전체관람가'에 나온 양익준 감독을 포함해 다양한 감독들이 관객과 대화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또한 '에코 밥상으로의 초대'에서는 올해 2월 개봉한 '리틀 포레스트'(감독 임순례)와 일본 원작 '리틀 포레스트:사계절'(감독 모리 준이치), '요리의 여신들'(감독 베란 프레디아니), '햄의 비밀'(감독 상드린 린고), '엄마의 공책'(감독 김성호), '토마토 제국'(감독 장 밥티스트 말레·자비에 들뢰), '다시 찾은 유토피아'(감독 쿨트 랑바인), '해피해피 쿠킹타임'(감독 유재인) 등 음식과 요리를 바탕으로 한 흥미로운 영화가 상영된다.
'가족의 모든 것'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대표작 '괴물'(2006)과 '옥자'(2017)가 상영된다. '살아남은 아이'(감독 신동석), '반딧불이 딘딘'(감독 웨이펀 덩), '우리 어머니'(감독 송수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감독 카밀라 안디니), '앵그리버드와 노래를'(감독 지혜원) 등도 이 부문에서 관객을 만난다.
녹색이나 자연이라는 한정된 이미지에서 벗나 삶과 밀접한 환경적 화두를 제시하기 위해 올해부터 영문 명칭을 '그린 필름 페스티벌 인 서울'(Green Film Festival In Seoul, GFFIS)에서 '서울 에코 필름 페스티벌'(Seoul Eco Film Festival, SEFF)로 바꾼 제15회 서울환경영화제는 오는 17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