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만에 찾은 실종남매, 5월 5일 한국서 부모 만난다

"부모가 나를 버린 줄 알았다"…프랑스 교민의 설득과 끈질긴 경찰의 노력

프랑스로 입양된 남매 모습(사진=충남경찰청 제공)
37년 전 실종됐던 남매가 부모 품으로 돌아왔다.

37년 전인 1981년 가정형편으로 서울에 있던 부모와 떨어져 충남 아산의 한 시골 마을에서 조부모와 함께 생활하던 남매 김모(47·실종시 10)씨와, 김모(44·여·당시 7)씨.

하지만 병세가 악화한 조부모가 갑자기 숨지면서 같은 마을에 살던 작은아버지 부부가 이들 남매를 맡게 됐다.

한 달 뒤 작은아버지는 서울에 있는 부모에게 남매를 데려다주는 길에 남매를 잃어버리고 만다.

작은아버지는 이 사실을 부모에게 차마 알리지 못했고, 사건의 유일한 중요단서였던 작은아버지마저 얼마 뒤 숨져 부모는 남매가 언제 어떻게 없어진 지도 모른 채 37년 간 아픔의 세월을 보내왔다.

포기했던 부모는 지난 2012년 12월 결국 충남 아산경찰서에 남매의 실종을 신고했다. 충남지방경찰청은 지난해 7월부터 장기실종전담수사팀을 운영해 남매 등 장기실종아동들을 찾기 위해 재수사에 착수했다.

남매 사건은 신고 당시부터 중요단서였던 작은아버지가 사망한 상태로 실종일시와 경위가 특정되지 않아 수사 초기부터 난항을 겪어왔다.

프랑스 양부모와 남매 모습(사진=충남경찰청 제공)
하지만 사건의 실마리는 유일하게 남아 있던 남매의 사진 1장에서 의외의 단서를 발견하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사진에서 실종된 남자아이가 큰 가방을 메고 있는 모습을 본 경찰은 당시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녔을 것으로 추정해 인근 초등학교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충남 아산의 작은마을 초등학교에서 실종일시를 특정할 수 있는 남자아이의 생활기록부(1981년 7월까지 작성된)를 발견했다.

생존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경찰은 실종남매와 출생연도, 이름이 같은 전국 214명에 대해 전수조사를 진행하면서 중앙입양원과 함께 해외 입양자 자료를 뒤졌다. 1980년대에는 해외 입양아동이 많았기 때문이다.

결국, 경찰은 남매가 실종 다음 해인 1982년 2월 출생일시가 일부 변경돼 프랑스로 입양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멀리 타국 프랑스에서 37년 전 남매의 사진과 이름만으로 행방을 찾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고심 끝에 경찰은 재외 프랑스 교민과 유학생 그리고 한인단체에 수십 통의 e-메일을 보내며 도움을 요청했고, 다행히도 사연을 전해 들은 프랑스 교민들이 하나둘 도움의 손길을 자청했다.

경찰은 한인목사 신금섭 등을 통해 입양자료에서 확인되는 과거 남매의 양부모의 프랑스 주소지부터 찾아 나섰고, 그 결과 지난 1월 30일 양부모의 옛 주소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프랑스 작은 마을에서 양부모의 생업을 이어받아 제과점을 운영하는 실종남매를 최종 발견하게 됐다.

경찰 관계자는 "프랑스 교민들이 가서 남매를 만나보고 설득도 했다"며 "부모가 있다. 만나볼 용의가 있느냐 등을 물었고 잃어버린 과정도 이야기해주면서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발견당시 남매는 "37년간 부모로부터 버림을 당한 줄만 알고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부모에 대한 오해를 털어놓기도 했다.

국제우편으로 남매의 DNA 시료를 받은 경찰은 부모의 유전자와 대조, 친자관계임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재외 프랑스 교민들의 도움과 끈질긴 경찰의 노력이 빚어낸 결과였다.

남매는 다음 달 5일 충남 당진시 한 성당에서 37년 만에 친부모의 상봉을 계획하고 있다.

경찰은 남매가 실종된 뒤 프랑스로 입양되기까지의 경위를 확인하고 남매와 유사한 사례가 더 있는지 더 살펴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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