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지난주 주장 이대호의 괴력으로 3승3패, 5할 승률을 맞추긴 했다. 이대호는 6경기 타율 7할2푼7리(22타수 16안타) 6홈런 13타점의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그동안 부진을 날렸다.
그러나 아직도 롯데는 8승15패 승률 3할4푼8리로 10위다. 9위 삼성(9승16패, 승률 3할6푼)에 승차 없이 승률에서 뒤져 있다. NC도 예상 밖의 부진이라지만 10승15패로 롯데보다 1경기 앞선 8위다.
그렇다면 과연 롯데 부진의 원인은 무엇일까. 전반적으로 팀 기록이 좋지 않지만 마운드 붕괴가 이유로 꼽힌다.
롯데는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ERA)은 5.81로 10위다. 팀 타율(2할7푼4리)에 비해 더 처진다. 지난해 ERA는 4.56으로 3위였던 롯데다. 팀 타율 6위(2할8푼5리)에도 정규리그 3위에 오를 수 있던 원동력이었다.
선발, 불펜 모두 나빠졌다. 지난해 롯데 선발진 ERA는 4.54로 4위였지만 올해는 6.25, 9위다. 불펜 ERA도 지난해 3위(4.61)에서 올해 8위(5.40)으로 떨어졌다. 선발이 조금 더 기록이 좋지 않다.
믿었던 브룩스 레일리도 올해 5경기 3패 ERA 5.53으로 불안하다. 김원중은 4경기 1패 ERA 9.98이다. 그나마 2017년 1차 지명 윤성빈이 1승1패 ERA 4.32로 선발 중 가장 좋다. 올 시즌 롯데의 유일한 선발승 주인공이다.
마운드 부진은 함께 호흡을 맞추는 포수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사실 롯데는 지난 시즌 뒤 국가대표 포수 강민호가 이적하면서 어느 정도 타격이 예상됐다. 강민호는 삼성과 4년 80억 원에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었다. 롯데도 같은 금액의 FA를 보강하긴 했지만 외야수 민병헌이었다.
강민호를 대신해 롯데는 3명의 포수가 나서고 있다. 나종덕이 가장 많은 19경기, 김사훈이 14경기를 치렀다. 나원탁은 주로 백업으로 나와 6경기를 소화했다.
프로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롯데 포수들의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는 모두 마이너스다. 나종덕은 -0.54로 리그 포수 중 최하위고, 김사훈도 -0.18로 21위, 그나마 출전 경기가 적은 나원탁이 -0.16으로 19위다. 두산 양의지(1.52)와 LG 유강남(1.28), SK 이재원(0.89), KIA 김민식(0.55)가 1~4위다. 모두 상위권 팀들 안방마님이다.
스포츠에서 가정은 무의미하지만 그래도 롯데에 강민호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경험 많은 베테랑 포수가 중심을 잡아준다면 듀브론트도 KBO 리그에 안착할 가능성이 높지 않았을까. 강민호와 호흡을 맞춘 3년 동안 32승을 거둔 레일리도 올해 출발이 이처럼 나빴을 가능성은 없지 않았을까.
나종덕과 나원탁은 지난해 신인이고, 김사훈은 2011년 육성 선수로 입단해 지난해 57경기가 최다 출전이었다. 3명 모두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시즌 초반 마운드 불안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롯데는 강민호의 대안을 찾지 못한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강민호의 존재감이 워낙 컸던 데다 롯데에 잔류할 것이라는 믿음 역시 너무 컸기에 백업 포수를 육성하고 갖추는 데도 소홀했던 결과다.
다만 롯데는 지난 주말 강호 SK와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마쳐 분위기를 전환했다. 과연 롯데가 취약 포지션으로 꼽히는 포수의 열세를 어떻게 극복할까. 경험은 경기를 치르면서 쌓이고 아픈 만큼 성숙해지기 마련이지만 얼마나 빨리 체화될지가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