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발암물질로 닦는 기내 좌석과 식탁
치약처럼 생긴 '템프'는 기내 식탁과 의자의 얼룩을 지우는 데 썼다고 한다. 보통 타일이나 금속에 묻은 이물질을 긁어내는 데 쓰이는 산업용 연마제다.
제조사가 밝힌 MSDS(화학제품의 물질정보를 담은 문서)를 보면, 템프의 주성분에는 에틸렌글리콜(Ethylene glycol)과 쿼츠(Quartz)가 포함됐다.
쿼츠는 국제암연구소가 정한 1급 발암물질로 유럽연합에선 사용금지다. 에틸렌글리콜은 여성의 반복 유산과 불임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한 청소노동자는 "템프를 수건에 묻혀 기내 식탁의 볼펜 자국이나 얼룩을 닦았다"고 설명했다. 이유를 묻자 "잘 닦이니깐"이라고 답했다. 결국 청소노동자들은 물론 기내 물품을 쓰고 만지는 승객들까지 약품에 노출되는 것이다.
순천향대학교 박정임 교수는 "에틸렌글리콜은 피부에 자극을 주는 성분으로 알려진 물질"이라며 "천장값(작업 중 한순간이라도 넘으면 안 되는 기준)이 50ppm을 넘으면 해당 장소에는 발조차 들여선 안 되는 물질"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또 "쿼츠는 잘 알려진 폐암 발병 물질로 구조식은 유릿가루와 같아 인체에 흡수되면 진폐증 등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며 "이러한 쿼츠가 (템프의) 50~60%를 차지해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템프와 함께 기내 청소에 쓰인 물질이 CH2200 액체다. 아시아나항공 청소노동자들 역시 이 물질을 기내에 썼다며 최근 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시간, 반복 노출 시 장기 손상과 태아와 생식능력에 손상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있지만, 물과 섞어 분무기로 뿌려 사용했다고 노동자들은 설명했다.
문제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처럼 화학물질을 분무 형태로 쓰면 그 위험성을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지는 데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CH2200을 분석한 '사람과환경연구소'는 "화학물질은 호흡기 노출이 쉬운 미스트 형태로 분무할 경우 그 위해성을 예측할 수 없다"며 "독성이 낮아도 사용방식에 따라 심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마스크도, 위험 경고 교육도 없었다
대한항공 기내 청소노동자들은 "지난 5년 동안 어떤 안전장비나 교육도 받지 못한 채 이런 물질들로 청소해왔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 하청업체는 CH2200 용기에 경고 표시조차 하지 않아 경고를 받고, 제대로 교육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태료 처분됐다.
대한항공은 "약품 사용 당시 현장교육이 미흡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 청소는 모두 물비누로 하고 있다"고 조치 내용을 설명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청소노동자들은 고용노동부 등에 소속 업체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며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자체 조사를 통해 해당 물질 사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통보한 상태여서 논란은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