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 요소를 사전 차단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순수한 친목 모임까지 사전 신고하는 것은 지나치게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청주시는 지난 17일 시행된 국민권익위 행동강령보다 닷새 앞선 지난 13일 공포·시행됐다.
청주시 감사관실은 비위·부패 발생을 사전 예방하는 동시에 공무원으로서 지켜야 할 선을 규정한 것이라며 사전 신고만 잘하면 된다고 설명한다.
사적 접촉 제한이라는 게 골프나 사행성 오락, 여행, 직무 관련자가 제공하는 향응을 받는 것으로, 공무원들이 예우 차원에서 퇴직자를 만나거나 대접하는 것은 무방하다는 것이다.
친목 모임에 직무 관련 퇴직자가 포함됐더라도 사회상규상의 만남이라면 사전·사후 신고만 잘하면 문제 될 게 없다는 얘기다.
공무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A 국장은 "부탁을 단칼에 끊기 어려운 퇴직 선배가 만나자고 할 때 '행동강령상 직무 관련 퇴직 공무원을 만나면 안 된다'는 핑계를 댈 수 있게 됐다"고 반겼다.
부정부패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선을 그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반길만한 일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공무원들도 있다.
업자로부터 향응이나 접대를 받은 공무원들이 지난달 무더기로 해임·정직 처분을 받는 등 '비위 백화점'이라는 오명을 썼던 청주시에 대한 외부의 인식을 개선할 좋은 기회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과장들은 "인간관계를 단절하라는 소리냐"며 불만을 표시한다.
B 국장은 "직무와 관련한 퇴직 공무원들과 친목 차원에서 만나는 기회가 적지 않다"며 "법에 저촉되지 않는데도 사전 신고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관장에게 사전 신고하면 된다지만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는데 누가 신고까지 하면서 약속을 잡으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청주시 공무원 행동강령이 시행된 지난 13일 이후 지금까지 직무 관련 퇴직자와 접촉하겠다는 사전 신고는 1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이 행동강령이 사생활을 침해한다고 목소리를 키우는 공무원들도 있다.
C 국장은 "친목 모임조차 신고하라는 것은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다"면서 "인간 관계, 선후배 관계를 아예 끊어버리라는 행동강령"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인간과 교감하는 감성 로봇까지 만드는 시대에 공무원은 감성을 배제하고 살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키웠다.
D 국장도 "퇴직 선배 공무원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것은 괜찮다고 하는데 사전 신고까지 해가며 그럴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인연 끊고 안 만나면 그만"이라고 언짢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