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니·퐁넛학살 피해자 응우옌 티 탄(58)씨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한국정부와 참전군인들이 진실을 인정하고 사과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이 선물을 갖고 돌아가 여기 오지 못한 베트남 사람들에게 꼭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 어렵게 왔는데 우리 마을에서 한국군에 죽은 74명이 내 등을 떠밀었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람들이 이번엔 꼭 진실을 알아야 한다"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지난달 23일 베트남에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양국 간의 불행한 역사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다"면서도 책임을 인정하거나 공식사죄의 뜻을 표명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가정보원은 전쟁 당시 민간인학살을 자행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군 부대를 조사한 문건을 공개하라는 지난해 시민사회의 요구에 비공개 방침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탄씨가 사는 베트남 중부 꽝남성 퐁니·퐁넛마을에서는 지난 1968년 2월 12일 주민 7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주월 미군사령부와 베트남 당국 등은 이날 마을을 지났던 해병대 청룡부대가 학살을 자행한 것으로 지목하고 있다.
마당에서 놀던 6명의 아이는 요란한 총성을 듣고 깊이 1m, 폭 4m의 작은 동굴에 숨었지만 곧바로 발각돼 온몸으로 총탄을 받아내야 했다. 당시 8세이던 탄씨는 배 밖으로 튀어나온 창자를 부여잡고 도망쳐 미군에 구조됐다.
청룡부대는 열흘 뒤인 같은 해 2월 22일 꽝남성 하미마을을 휩쓸고 지나갔다. 한국군이 마을을 떠나면서 주민 135명의 시신은 참혹하게 훼손된 채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