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에 왔지만, 학업과 취업에 필요한 지원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색안경을 낀 기업 때문에 취업 문턱에 서는 것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 '안마사 아니면 바리스타' 그게 싫어서 대학 왔지만, 현실은 '막막'
고등학생이 된 뒤 시력을 잃은 김모(26) 씨는 안마사나 바리스타가 되기보단 사회사업가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경영학과에 들어갔다.
그런데, 경영학과 전체에서 시각장애인은 김 씨 한 명뿐이었다. 회계에 대해 공부를 하고 싶어도 점자로 된 전공 책은 없었다.
그는 "일반 학생들보다 역량이 뛰어나도 기업에 들어갈까 말까 한 상황인데, 역량을 쌓을 수가 없다. 도전하면 못할 게 없다고 생각하면 살았는데, 학교만 오면 작아진다"고 말했다.
교수나 선배들은 "입사할 곳이 없다"거나 "진로를 잘못 정했다"고 냉정하게 말한다. 결국 지금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지 고민하고 있다.
역시 시각장애를 앓고 있는 대학교 3학년 한승호(23) 씨는 "막막하다"고 말했다. 수많은 직업을 꿈꿨지만, 결국 공무원이나 안마사 정도로 한정될 수밖에 없는 처지가 싫다고 한다. 그는 진지하게 한국을 떠날 생각을 하고 있다.
◇ '그 몸으로 어떻게 일하시려고' 능력 아닌 장애만 보는 기업
올해 4학년이 돼 본격적인 취업 전선에 뛰어든 오한나(25) 씨는 최근 취업박람회에서 불쾌한 경험을 했다. 휠체어를 탄 자신을 보고 채용담당자가 '그 몸을 가지고 어떻게 여기까지 왔느냐, 대견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오 씨는 "기업에서는 나를 한 명의 취업 준비생으로 보는 게 아니라, 장애인으로만 보고 있다"며 "남들 다 가는 대기업에 가고 싶었는데, 특수한 상황에 대해 이해해주는 곳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중증 장애인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김지은(26) 씨도 취업 준비생 시절 받았던 냉대를 잊지 못하고 있다. 그는 "2년 전 구직활동 당시 일반인과 장애인을 함께 뽑는다는 기관 다섯 군데를 지원했지만, 다들 '장애인은 힘들어서 못 뽑는다'는 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대기업 헬스키퍼로 일하던 시각장애인 오영기(40) 씨도 사회복지계에 종사하려는 꿈을 갖고 늦게나마 한 사이버대학에 진학했다.
그는 자격증을 취득하고자 실습기관의 문을 두드렸지만 돌아온 건 "시각장애인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답이었다. 실습 기관을 구하는 데만 4달이 넘게 걸렸다는 그는 실제 취업은 더 어려울 것 같아 걱정이다.
◇ 이름만 거창했던 정부의 '취업 확대 프로젝트'
이러한 실태에 비춰 정부의 관심은 턱없이 부족하다. 국회 환노위 소속 이상돈 의원실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와 교육부는 장애 대학생의 취업 관련한 통계조차 없다.
다만, 교육부의 '장애대학생 취업 실태 분석 및 관련 정책 방향 도출' 연구로 실태를 추정해볼 수 있는데, 조사 결과 2017년 4월 기준 전국 8870명의 장애대학생의 취업률은 35.3%로 나타났다. 4년제 대졸자 취업률이 약 70%인 것과 비교해 절반 수준인 것이다.
연구진은 설문조사를 통해 학생들이 '산업체의 요구와 현실의 괴리(17%)', '장애학생지원 전문 인력 부재(26%)', '특성을 고려한 프로그램의 부재(13%)'를 어려운 점으로 꼽았고, 장애학생 취업지원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곳이 33%에 불과하다며 대학과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고용부가 교육부와 연계해 지난 2011년 12월부터 추진해온 '장애 대학생 취업 확대 프로젝트'는 사실상 멈춤 상태다.
이 중 하나인 '장애대학생 기업연수제'는 전국 대학생들이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업무를 체험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는데, 효과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2015년부터 폐지됐다.
유일하게 진행되는 건 1년에 한 번 열리는 장애대학생 채용설명회 뿐인데, 이마저도 10여 개의 대기업과 공공기관만 참여하고 있다.
결국, 장애 대학생의 취업 욕구를 뒷받침할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노동지원센터 조호근 소장은 "대학과 정부에서 장애인의 욕구와 특성에 맞는 맞춤형 지원이 늘어나야 하며, 장애를 바라보는 인식개선 교육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