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관계자는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평화체제 문제가 접근이 빨리되면 남북이 서로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며, 연락사무소는 서울과 평양에 두는 것을 원칙으로 두고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남북은 그동안 연락사무소 설치를 수차례 논의했지만, 북측이 '민족간의 문제'라며 난색을 표시해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며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의 최근 행보를 볼때 이번에는 합의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미 대통령이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양국 수교에 합의하면 올해 안에 평양과 워싱턴에 '북미연락사무소(대표부)'가 설치될 수 밖에 없다"며 "남북간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것도 너무 당연하다"고 말했다.
남측은 노태우 정부때부터 연락사무소 설치를 제안해 왔다. 참여정부때도 연락사무소를 제안했지만 북측은 남측의 제안을 계속 무시했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4월 워싱턴을 방문하면서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돌발적으로 연락사무소 설치를 북에 요구했다.
그러나 이 제안은 이 전 대통령이 '비핵, 개방 3000'과 같은 일방적인 '대북 시혜성 압박 정책'으로 북한의 반발만 불러왔다.
◇ 평양에 비중있는 인물 파견되면 "대사관 이상의 역할"
복수의 정부 고위관계자들은 연락사무소 설치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은 과거 아버지때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로 접근하고 있다"며 "이번에는 합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들은 "비핵화 협상이 이뤄지면 남북 정상이 판문점 등에서 자주 '셔틀 회담'을 열어아 하고, 경제는 물론 문화, 체육에 걸쳐 전방위적 교류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이를 감당하려면 당연히 연락사무소를 활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관세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장은 "남북이 잠정적으로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이기때문에 외교적 성격의 연락사무소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왕래가 많아지면 매번 회담을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연락사무소 설치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연락사무소에 정식으로 '대사'를 둘 수는 없지만, 비중 있는 인물이 파견되면 사실상 '대사관 이상의 역할'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손기웅 전 통일연구원장도 "과거 동독과 서독도 상주대표부 통해 정부간 협의는 물론 동서독 주민간 교류 등 포괄적 논의를 담당했다"며 "그런 측면에서 동서독 사례가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물론 남북이 특수관계이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연락사무소의 형태나 기능을 다룰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합의만 된다면 이는 기술적 문제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한편 '하나의 중국'을 지향하고 있는 중국과 대만도 연락사무소는 아니지만 베이징과 타이페이에 각각 대만 해협교류기금회와 중국 해협양안교류협회를 설치하고 양측 간 소통창구 역할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