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땅에서 검지 하나가 채 안 되는 정도의 높이지만 심리적으로는 높이를 알 수 없을 만큼 까마득한 벽이 된 이 군사분계선을 김 국무위원장이 처음으로 넘어 남측으로 내려오게 될까.
남북정상회담을 8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 국무위원장이 손을 맞잡게 될 판문점 일대를 둘러봤다.
◇ 널문리의 주막, 판문점
원래 널문리라는 이름의 조용한 마을이었다는 판문점까지는 1번 국도를 따라 달려야 한다. 신의주까지 이어진다는 이 도로를 차로 달리다 보면 비무장지대에 남과 북에서 단 하나씩만 허용된 마을을 지난다. 대성동 마을(남)과 기정동 마을(북)이다. 이곳에서는 사는 것 자체가 아주 위험해 과거에는 우리 측 주민들이 도토리를 줍다가 북으로 납치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대성동 마을을 가리키는 우리 태극기와, 세계에서 4번째로 높게 세워졌다는 북측 인공기를 지나면 판문점에 도착한다. 6.25 휴전 협정 당시 널문리가 휴전협정 장소가 됐는데, 당시 중공군들이 회담 장소를 쉽게 찾기 위해 널문리주막을 만들고 한자로 된 간판을 내걸었다고 한다. 판문점의 이름은 그렇게 시작됐다.
◇ 곳곳에 녹아든 피와 비명의 역사
이름은 평화의집이지만, 이곳 근처에도 비명이 울려 퍼지고 피가 튀겼었다. 판문점 곳곳이 그런 흔적들이었다. 지금은 없지만, 남측 구역에도 3개의 북한군 초소가 있던 1976년. 우리측 주한미군 초소가 북한군 초소에 둘러싸여 있었고, 근처에는 큰 미루나무가 시야를 가로막고 있어 우리 군끼리 초소 관측이 불가했다고 한다.
남북 합의 하에 미루나무 가지를 쳐 시야를 확보하는 것이 유엔군의 주기적인 업무였는데, 어느 날 북측 군에서 작업 중지를 요구했고 인민군은 나뭇가지를 자르는 데 쓰던 도끼를 들고 유엔군을 공격해 두 명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 이른바 도끼만행사건으로, 김 국무위원장이 넘게 되는 판문점 내 군사분계선도 이 때 생겼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제 이곳에서 한반도 평화 방향을 논의하게 된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은 이곳까지 어떻게 오게 될까. 예상 경로를 따라가봤다. 일단 유력 동선인 T2와 T3 사이 길은 남쪽으로 난 자유의집 입구로 들어가 2층으로 올라간 뒤 북쪽으로 난 입구로 나가면 볼 수 있다. 군사분계선을 위에 푸른색의 가건물들이 차례로 놓여있다.
차를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을 수도 있는데 T3에서 고개를 오른쪽으로 조금 돌리면 차가 지나다닐 수 있는 넓이의 길이 보인다. 남북실무회담이 북측에서 열릴 때 우리측 트럭이 종종 각종 장비를 싣고 이 길을 지난다고 한다. 그러나 모양새가 그리 좋지는 않다.
차로 넘든 걸어서 넘든 김 위원장이 남측 땅을 밟는 순간부터 전세계에 생중계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이 T2와 T3사이, 5cm의 군사분계선을 넘으면 문 대통령이 바로 악수를 하며 김 위원장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악수 이후 평화의집까지는 자유의집 2층 입구를 통해 1층으로 내려와 도보 2~3분 거리를 걸어가는 방법과, 바로 차량에 탑승해 자유의집을 빙 둘러 평화의집 앞에서 내리는 방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