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한 야망?' 함덕주 "김강률 형, 마무리 재미있네요"

'강률이형, 걱정 마세요' 두산 함덕주가 18일 한화와 홈 경기에 마무리로 등판해 역투를 펼치고 있다.(잠실=두산)
'곰 군단' 두산이 올 시즌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외국인 타자와 마무리 부재 속에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어 더 의미가 있다.

두산은 1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한화와 홈 경기에서 5-4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최근 3연승 등 3위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화의 거센 기세를 잠재웠다.


무엇보다 이날 두산은 선발 유재유가 불의의 부상으로 조기 강판하는 변수에도 승리했다. 유재유도 부상 중인 이용찬을 대신한 임시 선발이었는데 하필 오른 검지에 물집이 잡혀 2이닝 만에 3피안타 1탈삼진 1실점으로 물러났다.

두산은 이후 필승조를 풀가동했다. 이영하(3⅓이닝 2실점)-곽빈(1⅓이닝 1실점)-이현승(⅓이닝)-박치국(⅔이닝)-함덕주(1⅓이닝)가 7이닝을 3실점으로 막아내 역전승의 발판을 놨다.

특히 함덕주는 1점 차로 쫓긴 8회 2사 1, 2루에 등판해 9회까지 팀 승리를 지켰다. 물론 수비와 상대 무리한 주루 플레이의 도움을 받았지만 상승세의 한화임을 감안하면 선방했다.

함덕주는 8회 등판하자마자 몸이 덜 풀린 듯 양성우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다. 다만 좌익수 김재환의 정확한 송구와 포수 박세혁의 침착한 태그로 2루 주자를 잡아냈다. 한화는 발이 느린 포수 최재훈을 홈까지 돌렸지만 욕심이 지나쳤다.

9회도 함덕주는 위기를 맞았다. 본인이 자초하긴 했다. 첫 타자 송광민을 삼진으로 잡아냈지만 제러드 호잉, 이성열 등 좌타자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1사 1, 3루에 몰렸다. 외야 뜬공 하나면 동점, 블론세이브를 할 수 있던 상황이었다.

두산 임시 마무리 함덕주의 역투 모습.(잠실=두산)
하지만 함덕주는 승부처에서 집중했다. 좌타자 하주석을 풀카운트 끝에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이후 앞서 6회 2타점 2루타를 때려낸 김회성마저 역시 풀카운트 끝에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워 경기를 끝냈다. 이번에는 허를 찌른 낮은 속구로 김회성을 얼렸다.

벌써 시즌 4세이브째다. 마무리 김강률이 부진으로 12일 1군에서 빠진 이후 4경기에서 3세이브를 올렸다. 임시라고 하지만 리그 정상급 마무리를 뺨치는 성적이다. 4경기에서 함덕주는 5이닝을 던지며 6탈삼진 4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사사구도 없었다.

지난해 5선발로 뛴 함덕주는 9승8패 2홀드 ERA 3.67로 맹활약했다. 올해는 팀을 위해 불펜으로 돌아왔고, 또 팀 사정을 위해 마무리를 맡았다. 2015년에도 함덕주는 2세이브를 올린 적은 있지만 지금처럼 마무리를 맡은 것은 아니었다. 올 시즌 성적은 11경기 1승 4세이브 2흘도 ERA 1.54. 어느 자리든 제몫을 해내고 있는 함덕주다.

경기 후 함덕주는 "8회는 김재환, 박세혁 형의 도움을 받았다"면서 "9회도 (바뀐 포수) 양의지 형의 리드가 믿음직스러웠다"고 공을 돌렸다. 이어 "9회는 내가 안타를 맞고 잘못한 거라 팀에 도움이 되고 싶어 열심히 세게 던졌고, 운도 따랐다"고 겸손하게 돌아봤다.

임시로 맡게 된 마무리가 부담스럽진 않을까. 더군다나 함덕주는 지난해는 주로 선발로 뛰었다. 함덕주는 "부담보다는 책임감이 많이 더 생긴 것 같다"면서 "어쨌든 임시 마무리고, 김강률 형이 오기 전까지만 더 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씩씩하게 말했다. 이어 "5선발이 그립다기보다 또 해보고 싶지만 중간에서 팀 승리를 지키면서 하는 것도 좋다"고 23살 답지 않은 의젓함을 보였다.

어쩌면 새로운 재능을 발견한 건지도 모른다. 함덕주는 살얼음 승부처 등판에 대해 "(안타를) 맞으면 어느 때보다 아쉽다"면서도 "그러나 (위기를) 막고 나서 팬 함성을 들으면 진짜 또 나와서 던지고 싶고, 막을 수 있다는 좋은 상황을 생각하기 때문에 재미있는 것 같다"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하마터면 연장을 가서 퇴근이 늦을 뻔했다"는 취재진의 농담에 함덕주는 "나도 꼭 막고 싶었다"면서 "다음 번에는 꼭 더 잘하겠다"고 입을 앙다물었다. 김강률이 더 긴장을 해야 할 이유다. 김강률도 일단 불펜에서 이용찬이 꿰차고 있던 마무리 자리에 올라간 터. 함덕주도 김강률처럼 되지 못하리란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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