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를 성추행 하고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안태근 전 검찰국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안태근 전 검창국장은 영장심사에서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울음을 터뜨린 것으로 전해졌다.
오늘 [Why 뉴스]에서는 <안태근 전 검찰국장은 왜 구속 심사 때 울음을 터뜨렸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안 전 검사장 구속영장 기각사유가 좀 다른 것 같은데?
= 그렇다. 통상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게 일반적인데 안 전 검사장의 경우는 범죄 성립 여부를 다툴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안 전 검사장에 영장심사를 한 뒤 어제 밤
"사실관계나 법리적인 면에서 범죄성립 여부에 대해 다툴 부분이 많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허 부장판사는 "그밖에 현재까지 이뤄진 수사내용과 피의자의 주거 등에 비춰 구속 사유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 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 죄가 안 된다는 거냐?
= 검찰이 곧 불구속 기소할 것이니까 재판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유죄입증이 쉽지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사실관계나 법리적인 면에서 범죄성립 여부에 대해 다툴 부분이 많다'는 건 검찰의 수사가 안 전 검사장의 혐의를 입증할 만큼 탄탄하지 못하다는 것이고, 법리적으로 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말이다.
그러니까 재판에 회부되더라도 유죄를 받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인 것이다.
▶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냐? 검찰수사가 부실했나?
= 첫 번째는 서지현 검사의 미투 대상인 성추행은 범죄혐의에 포함되지 못했다.
서지현 검사는 지난 1월 29일 JTBC에 출연해서 "제가 2010년 10월 경에 어느 장례식장에 참석을 했었고요. 거기에 모 검찰 간부가 동석을 하였습니다. 제가 바로 옆자리에 앉게 되었고요. 사실 시간이 오래 지났지만, 여전히 떠올리기는 굉장히 힘든 기억입니다. 옆자리에 앉아서 허리를 감싸안고 엉덩이를 쓰다듬는 행위를 상당시간 동안 하였습니다"라고 폭로했다.
하지만 서 검사가 고소 기간인 사건 후 6개월 이내에 고소하지 않아 이 사안은 처벌이 불가능했다. 본질인 성추행이 혐의에서 제외된 것이다.
두 번째는 성추행과 인사불이익간의 인과관계를 연결짓기에는 무리였지 않느냐 하는 평가다.
성추행은 2010년에 일어났고 인사불이익은 2015년에 일어났다. 그리고 성추행 당시 안태근 전 검사장은 인사관련 보직을 맡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검찰의 핵심관계자는 "의심은 가는데, 인과관계 입증이 쉽지 않다"면서 "부치지청(부장 검사가 있는 지청)에서 부치지청으로 전보된 것은 서 검사가 유일하다. 부치지청으로 보내면 그 다음인사에 배려를 해주는데 서 검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안태근이 지시했다는 진술이나 근거는 없고 의심은 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주지청에서 통영지청으로 전보된 것은 검찰인사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니까 명백한 불이익은 맞는데 그게 안 전 검찰국장의 지시로 그랬다는 입증이 안 됐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인사문제는 수사로 밝히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안 전 검찰국장은 영장심사에서 "나는 부장검사 이상 인사만 했지 평검사 인사는 과장과 담당 검사가 알아서 했다"며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서지현 검사의 이름을 서 검사가 폭로하고 나서야 알았다고 발뺌을 했다.
서 검사도 인사 불이익은 밝히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 검사는 JTBC 인터뷰에서 "인사 불이익이라는 것은 검찰 인사가 워낙에 비밀리에 이루어지는 것이고 일부 내부 사람들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요. 사실은 밝히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네 번째는 검찰 셀프수사의 한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래서인지 진상조사단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검찰은 지난 1월 29일 서지현 검사가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을 폭로해 파문이 거세지자 사흘 만에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을 단장으로 자체 진상 조사단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그렇지만 조사단 출범에서부터 논란이 일었다. 조희진 검사장이 서지현 검사에 대한 사무감사 결재라인이었다는 점과, 여검사들의 맏언니 격으로 후배검사들의 고충을 외면했다는 폭로가 잇따라 나왔다.
특히 조사단은 수사과정에서 법무부 검찰국에서 인사를 담당했던 신모검사가 인사파일을 유출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 내부감싸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대목이다.
2차 가해자로 지목된 정 모 부장검사와 권 모 부장검사에 대해서도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도 검찰의 셀프수사에 한계가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안태근라인 검사들이 법무부에서 계속 과장으로 근무하기 때문에 관련자들이 제대로 진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 안 전 검사장이 영장심사 도중에 울음을 터뜨렸다던데 사실이냐?
= 그렇다. 영장심사에 참여했던 관계자로부터 확인한 내용이다.
안 전 검사장은 영장심사 도중에 가족들 얘기를 하면서 눈물을 보이면서 울었다고 한다.
왜 울었는지는 본인의 얘기를 듣지는 못했지만 검찰에서 요직에서 요직으로 승승장구했던 입장에서 법정에 출두해 구속영장 심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를 비관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그렇지만 서 검사에서 대해서는 사과를 하거나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 서지현 검사의 용기있는 미투 폭로는 계속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 그렇다. 안태근 전 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과는 별개로 서 검사의 미투 폭로에 대해서는 제대로 평가를 해야 한다.
지난 2월 1일 Why뉴스에서 밝혔듯이 서지현 검사가 현직 검사의 신분으로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며 TV 인터뷰를 하게 되기까지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을까? 그 용기 덕분에 문학, 연극, 영화, 학계까지 폭로가 잇따르고 있고 사회적으로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또 한 가지는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는 말을 성희롱이나 성추행, 성폭행 피해자들에게 해줬다는 점도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희롱이나 성추행·성폭행 실상에 대한 전면적인 문제 제기의 계기를 마련한 것은 누가 뭐래도 서지현 검사의 공이라는 걸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서 검사는 17일 한국YWCA연합회가 주최한 제16회 한국여성지도자상 시상식에서 젊은지도자상을 수상했는데 서면 수상소감문에서 "미투는 공감과 연대의 운동"이라며 "공격, 폭로, 한풀이가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공감, 우리가 함께 바꿔가야 할 세상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