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선형, 5년만에 결국 정상에 오르기까지

서울 SK 김선형(등번호 5번)이 팀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KBL)

김선형(30)은 프로농구 무대에 데뷔하자마자 서울 SK의 간판 선수가 됐다. 전성기도 빨리 찾아왔다.

김선형은 데뷔 첫 시즌에 평균 14.9점을 기록했다. 2011-2012시즌에 평균 두자릿수 득점을 올린 국내선수는 총 17명. 김선형은 그 중 6위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김선형은 프로 2년차였던 2012-2013시즌에 정규리그 MVP로 등극했다. 김선형은 평균 12.1점, 4.9어시스트, 1.7스틸을 올렸다. SK는 정규리그 최다승 타이기록인 44승(10패)을 기록해 정규리그를 제패했다.

SK는 이전까지 스타 군단이라는 수식어를 달고도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남길 때가 많았다.

문경은 감독의 판단이 빛났다. 문경은 감독은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김선형에게 아예 포인트가드 역할을 맡겼다. 김선형은 패스와 운영을 우선으로 여기는 전통적인 개념의 포인트가드가 아니었다. 과감한 선택이었다.

당시 미국프로농구(NBA)와 국제농구연맹(FIBA) 대회에서는 공격적인 포인트가드 열풍이 불고 있었다. 팀에서 가장 공을 오래 소유하는 선수(primary ballhandler)가 운영뿐만 아니라 해결사 역할을 함께 하는 것이다. 문경은 감독이 김선형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그렇게 김선형 천하가 열리는듯 했다. 하지만 희망은 오래 가지 않았다.

SK는 2012-2013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울산 모비스(현재는 현대모비스)에게 0승4패 완패를 당했다.

양동근의 노련미에 김선형의 패기가 밀렸다.


양동근은 평균 14.3점, 4.0어시스트, 야투성공률 46.9%를 올리며 챔피언결정전 MVP를 차지했다. 반면, 김선형은 평균 8.3점, 5.3어시스트, 야투성공률 26.7%에 그쳤다. 핵심 포지션 대결에서 밀린 SK는 시리즈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SK는 정상을 향한 도전을 계속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2013-2014시즌에는 4강에서 또 한번 모비스의 벽에 막혔다. 2014-2015시즌 6강 플레이오프에서는 애런 헤인즈의 부상 악재를 이겨내지 못하고 '스윕(전패)'을 당했다.

정상에서 멀어질수록 2013년 챔피언결정전의 아픔과 상처는 점점 더 깊어졌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나 김선형은 다시 챔피언결정전 무대에 섰다.

2017-2018시즌 챔피언결정전 무대에 서기까지 부침이 많았다. 2015-2016시즌에는 대학 시절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한 사실이 알려져 징계를 받았다. 올시즌에는 개막 두 번째 경기만에 발목을 크게 다쳐 총 9경기 출전에 머물렀다.

김선형의 지난 5년을 돌아볼 때 주목해야 하는 시기가 있다. 2015-2016시즌 20경기 출전정지로 인해 연습체육관에만 머물러야 했던 시기 그리고 바로 지난 2016-2017시즌 정규리그다.

김선형은 데뷔 후 첫 4시즌동안 3점슛 성공률 31.3%에 그쳤다. 큰 경기에서 종종 깜짝 놀랄만한 3점슛을 터뜨린 적은 있지만 일반적으로 슛이 굉장히 약한 선수로 여겨졌다.

김선형은 코트를 밟을 수 없었던 시기에 약점 보강에 집중했다. 그리고 모두가 또 한번 깜짝 놀랐다. 김선형은 그해 34경기에서 경기당 3점슛 1.6개를 넣으며 무려 45.8%의 높은 성공률을 기록했다.

슛은 연습을 통해 얼마든지 발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낸 것이다.

김선형의 2016-2017시즌도 주목할 가치가 있다. 김선형이 데뷔 후 가장 눈부신 성적을 남긴 시즌이다.

김선형은 정규리그 51경기에 출전해 데뷔 후 평균 최다 득점(15.1점), 최다 어시스트(6.0개)를 기록했다. 3점슛 성공률은 37.5%로 이전 시즌에 올려놓은 능력에 근접한 수준을 유지했다.

SK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면서 김선형의 활약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김선형이 2016-2017시즌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한 것만큼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김선형은 아마도 2017-2018시즌을 통해 자신의 성장을 증명하고 싶었을 것이다. 시즌 초반 찾아온 부상 악재에 발목이 잡힌 게 아쉬웠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부상에서 복귀한 김선형은 조금은 달라진 팀 분위기를 빠르게 받아들인듯 보였다. 애런 헤인즈가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SK는 테리코 화이트를 중심으로 개편됐다. 팀은 원주 DB와의 챔피언결정전에서 높이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 김민수, 최부경, 최준용, 안영준 등 포워드들을 중용했다.

김선형은 그 안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빠르게 받아들였다.

SK는 결국 정상에 올랐다 18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6차전에서 DB를 80-77로 누르고 2연패 뒤 4연승을 질주했다. 무려 18년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원주에서 2연패를 당한 SK가 흐름을 뒤집는데 있어 김선형의 역할이 컸다. 김선형은 홈 3차전 연장전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레이업을 성공시켜 승리의 주역이 됐다. 이후 SK는 문경은 감독이 준비한 짜임새 있는 수비, 화이트의 폭발력, 포워드진의 높이 등을 앞세워 대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김선형은 마지막 6차전에서 차분하게 경기를 조율했다. 달릴 때는 달리고 멈춰야 할 때는 멈췄다. 안정감 면에서 DB 가드진과 큰 차이를 보였다. 마치 5년 전 양동근과 김선형이 달랐던 것처럼.

3쿼터 막판과 4쿼터 초반에는 운동능력을 활용한 블록슛을 선보이며 팀에 기여했다. 그는 이날 단 1개의 실책도 기록하지 않았다.

김선형은 6차전에서 7점 1어시스트를 올렸다. 시리즈 평균 9.7점, 3.3어시스트. 김선형의 이름값에 걸맞는 화려한 기록은 아니었다. 하지만 김선형은 보다 성숙한 플레이와 높은 팀 공헌도로 결국 5년 전 이루지 못한 우승의 한을 풀었다. SK 전력의 중심, 여전히 김선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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