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환경연구소는 전국 만 19세 이상 65세 미만 1541명을 대상으로 '생활화학물질 위해성 국민 인식조사' 연구를 진행한 결과 이같은 결론이 나왔다고 18일 밝혔다.
연구 결과 생활화학물질로 인한 위험이 두려워 떠올리기조차 싫다고 응답한 국민들은 40.7%에 달했다. 또 화학물질이나 제품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려 한다는 국민들도 54.3%로 절반이 넘었다.
심지어 생활용품이나 음식 등에 화학물질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안 뒤, 식은땀이나 호흡이 가빠지는 등 신체증상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도 24.8%에 달했다.
세 가지 증상을 모두 겪었다는 응답자는 238명(15.4%)으로 나타나 이들은 케모포비아 잠재군으로 분류됐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는 "이번 조사를 통해 '케모포비아'라는 것이 언론이 만들어낸 조어가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심리적·신체적 반응의 형태로 존재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가 도출됐다"며 향후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응답자 10명 중 8명(79.7%)은 생활화학제품이 자신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보통 이상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위험 대비 편익이 더 크다는 응답이 절반이 넘어(53.9%) 위험성을 감수하고도 편리함을 위해 제품을 사용하고 있었다.
또 응답자의 66%가 생활화학제품을 주 1회 이상 쓰고 있지만, 37.1%는 제품의 사용설명서나 주의사항을 '전혀/거의 읽지 않는다'고 답했다. 사용할 때마다 대부분 주의사항을 지킨다는 비율(34.2%)도 유럽연합의 2009년 조사 결과(71%)에 비해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또 이러한 감정이 촉발된 이유는 '아이들에게 위험', '믿을 수 없는 기업들의 이윤추구 행위', '지금은 괜찮아도 시간이 지나면 피해가 나타날 것' 순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97%는 자신의 일상생활이 변했다고 답했으며, 정부가 제공한 정보를 불신(42.5%)하거나 정부의 대응이 메르스 사태에 비해 미흡했다(38%)는 응답도 높았다.
유 교수는 "단순히 화학물질의 독성이 크고 작음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보다 어린이나 노약자 등 취약집단에 초점을 두는 사람 중심형 위험 관리를 활성화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