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김경수 후폭풍에 與 '긴장' vs 野 '미소'

6·13 압승 기대한 민주 전력누수 불가피…모처럼 공세 고삐잡은 한국

(왼쪽부터)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김경수 의원. (자료사진)
6·13지방선거를 2개월 앞두고 터져 나온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사퇴와 댓글조작 논란에 여야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당의 지지율 고공행진으로 선거에서의 압승을 기대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위기감이 고조된 반면 좀처럼 선거의 동력을 얻지 못하던 자유한국당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

16일 저녁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김 전 원장과 관련해 청와대가 유권해석을 의뢰한 내용 중 5000만원을 '더좋은미래'에 기부한 것이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리자 민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초 청와대에서 해석을 의뢰할 때만 해도 도덕적으로는 몰라도 사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보기 좋게 어긋났기 때문이다.

더좋은미래 소속인 민주당 의원들은 17일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선관위 해석에 문제가 있다고 반박에 나섰다. 선관위의 해석으로 그간 지원해왔던 김 전 원장이 사퇴하자 긴급히 입장 표명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선관위가 근거로 제시한 공직선거법 113조가 지역구 의원이나 출마가 예정된 후보자에 대한 규정이라며 위헌성 여부를 가리기 위해 헌법재판소 심판을 청구하는 방안을 깊이 있게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헌재의 판단을 구하는 등 적극적인 법률적 움직임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당 안팎의 중론이다. 법률 개정이나 보완으로도 해결 할 수 있다는 것과 집권 여당 의원들이 선관위를 압박하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김경수 의원이 '드루킹'이라는 필명을 사용하며 불법적인 댓글활동을 벌여 온 전 당원 김모씨와 연루됐다는 의혹은 우려와 달리 파급력이 다소 약해지는 추세다.


경찰이 일찌감치 김 의원과 드루킹이 주고받은 텔레그램 앱 메시지를 분석한 결과 드루킹이 일방적으로 청탁을 했다고 밝힌데 이어 김 의원도 신속하게 기자회견을 2차례 열고 인사청탁을 거절하자 협박을 받았고 이를 청와대에 알렸다며 사실관계 설명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사가 아직 종료되지 않아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이며 드루킹과 연루된 여권 인사가 더 있다는 의혹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김 전 원장이 문 대통령이 금융개혁을 위해 적임자를 물색해 임명한 경우라면 김 의원은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 중 하나인 경남도지사 후보라는 점 때문에 민주당은 진상조사단을 꾸려 자세한 경위 파악에 나서는 등 방어에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

9일 앞으로 다가온 남북회담의 분위기를 띄우고 한창 진행 중인 지방선거 후보자 경선을 통해 압승의 발판을 마련해야 할 시기에 원하지 않은 전력 누수가 생긴 셈이다.

아울러 민주당이 오는 23일을 '데드라인'으로 잡았던 국민투표법 개정도 물리적으로 처리하기 어려워지는 형국이다.

반면 그간 홍준표 대표와 중진의원들 간 갈등, 지방선거 후보 인물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한국당은 외유성 출장 의혹 제기로 시작된 김 전 원장에 대한 공세가 원장직 사퇴로 이어지는 성과를 거둔 데 고무돼 김 원장과 관련한 의혹 제기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17일에는 김 전 원장의 업무상 횡령과 김 원장의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댓글조작에 대한 진상 규명을 위한 각각의 특검 법안을 국회 사무처에 제출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국회 본청 앞에 천막으로 된 '대한민국 헌정수호 자유한국당 투쟁본부'를 설치하고는 무기한 릴레이 농성에 돌입했다.

민주당의 6월 개헌 동시투표 압박에 6월 발의-지방선거 후 투표로 맞섰던 한국당으로서는 자연스럽게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

한국당 김영우 댓글조작 진상조사단장은 "매일 의혹이 쏟아지고 있는데 민주당은 꼬리 자르기를 하고 있고, 경찰에서도 제대로 된 압수수색은커녕 증거가 인멸될 시간만 벌어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만 불고 있다"며 "특검을 통해 민주당이 드루킹에 어떤 신세를 졌는지, 혹시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에게까지 보고가 된 것은 아니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의석의 5분의 4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과 한국당이 김기식·김경수 이슈에 몰입한 나머지 4월 임시국회와 개헌 등에 소홀하자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개헌 연대를 통해 해법을 마련하겠다고 나섰지만 좀처럼 소득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들 3당은 이번 주 안에 개헌 단일안을 마련해 민주당과 한국당에 중재안으로 제시하는 한편 교섭단체 간 끝장 TV토론을 제안할 계획이다. 그러나 민주당과 한국당은 각각 상대방이 입장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어 유의미한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은 높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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