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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강남이 쫓아낸 빈민들, 그후 5년…"지금은 혼밥, 왁자지껄 다리밑 그리워" (계속 이어집니다) |
◇ 보호시설, 지하창고 전전했던 5년
가족보다 더 끈끈했다던 넝마공동체가 불법 주거지라는 이유로 서울 강남구청에 의해 철거된 건 지난 2012년 11월. 이곳에서 30년을 살았던 김차균(70)씨는 노숙인 쉼터에 머물던 것도 잠시, 지금은 서울 노원구 한 쪽방에서 홀로 버티고 있다.
김씨는 지난달 26일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나 "그땐 일하고 돌아오면 '참 고생했다'며 끌어 안아주고, 공동체로 더불어 살아서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면서 "지금은 리어카를 끌든 경운기를 끌든 각자 혼자 살 뿐"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넝마공동체에 있을 때 비록 사는 환경은 열악했지만 식구들이랑 밥도 해 먹고 웃고 떠들면서 지냈다"며 "혼자인 지금, 언니들과 함께 요리해서 나눠 먹었던 따뜻한 밥이 그립다"고 했다.
노숙인 쉼터를 거쳐 지난 2월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으로 거처를 옮긴 이재영(57)씨도 공동체가 그리운 건 마찬가지다. 혼자 쓸쓸히 찬밥을 뜰 때면 공동체 식구들과 밥상을 마주하고 왁자지껄 떠들던 그때가 사무치게 그립다고 한다.
이씨는 "지금 생각해보면 공동체 식구가 해줬던 따뜻한 된장국 한 그릇이 참 애틋하게 느껴진다. 이제는 누가 봐주는 사람도 없고, 나중에 죽기라도 하면 아무도 안 챙겨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당시 빈소를 다녀왔었던 넝마공동체 주민 김금자씨는 "가족도 없이 넝마공동체에 와서 주민들과 함께 잘 어울리며 지냈는데 공동체 철거 이후 혼자 지내다 그런 변을 당해 너무 안타깝다"며 혀를 찼다.
이처럼 넝마공동체 식구들은 지난 2012년 대책 없이 거리로 내몰려 뿔뿔이 흩어졌다. 5년이 지났지만 마음에 뻥 뚫린 구멍은 외려 더 커져가고 있다.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은 "넝마공동체는 정부나 지자체가 포기했던 도시 빈민들이 인간답게 살고자 공동체를 이루고 살던 곳"이라며 "방치된 땅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서울시가 나서서 이들을 살게 한다면 돈 한 푼 안 들이고 복지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