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신 슈터?' 메이스는 어떻게 다시 백조로 거듭났나

'이겼다' SK 제임스 메이스가 16일 DB와 챔피언 결정 5차전에서 승리를 거둔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원주=KBL)
프로농구 서울 SK 새 외인 제임스 메이스(32·200cm)가 다시 백조로 날아올랐다. 4강 플레이오프(PO)의 복덩이에서 챔피언 결정전 1차전의 X맨으로 전락했다 다시 주축으로 거듭났다.


메이스는 16일 강원도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원주 DB와 챔프전 5차전에서 팀 최다 25점(5리바운드 1도움)을 올렸다. 98-89 승리와 함께 팀의 2연패 뒤 시리즈 3연승을 견인했다.

전반 활약이 좋았다. 메이스는 1쿼터 7점으로 시동을 걸더니 2쿼터 양 팀 최다 15점을 집중시켰다. 1쿼터 23-11로 앞선 SK는 2쿼터 12점을 몰아친 디온테 버튼을 앞세운 DB에 맹추격을 당했지만 메이스가 활발히 득점하며 46-42로 앞선 채 전반을 마칠 수 있었다.

특히 2쿼터에만 3점슛 3개를 꽂았다. 메이스는 DB 장신 외인 로드 벤슨(206.7cm)보다 상대적으로 빠른 움직임으로 외곽에서 우위를 보였다. 골밑 자원인 벤슨은 느린 데다 테리코 화이트 등 SK 스크린에 막혀 제대로 메이스를 따라붙지 못했다.

당초 메이스는 1차전에서 벤슨에 호되게 당했다. 전주 KCC와 4강 PO 4경기에서 평균 34분42초를 뛰며 23.8점, 10리바운드 2.3도움을 올린 메이스는 챔프전 1차전에서 전반 무득점 등 9점 4리바운드에 그쳤다. SK가 90-93으로 지면서 메이스의 부진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이후 각성했다. 2차전도 비록 팀은 졌지만 메이스는 팀 최다 27점 6리바운드를 올렸다. 3차전에서도 메이스는 23분여만 뛰고도 26점 9리바운드로 연패 뒤 첫 승을 견인했다.

'외곽에서는 내가 우위' SK 제임스 메이스가 16일 DB와 챔프전 5차전에서 로드 벤슨의 수비를 따돌리고 3점슛을 쏘고 있다.(원주=KBL)
4차전에서는 외곽포까지 폭발했다. 메이스는 양 팀 최다 3점슛 4개를 꽂으며 22점을 집중시켜 2연승을 이끌었다. 단신 외인은 화이트(192.5cm)가 오히려 3점슛은 없었고 리바운드에서 메이스(5개)보다 1개 더 많았다.

그러더니 5차전에서도 메이스는 3점슛 4개를 터뜨린 것이다. 화이트도 3점슛 4개를 꽂았지만 리바운드는 9개로 메이스보다 많았다. 장, 단신 외인의 역할이 바뀐 모양새다.

여기에는 SK 벤치의 결단이 숨겨져 있었다. 문경은 감독은 5차전에 앞서 메이스의 외곽슛에 대해 "사실 장신이 외곽에서 슛을 쏘는 것을 좋아하는 감독은 없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애런 헤인즈의 대체 선수로 왔기 때문에 갑자기 쏘지 말라고 하기 어렵다"고 전제했다.

기왕 슛을 쏜다면 아예 주요 공격 옵션의 하나로 장착했다. 문 감독은 "외곽슛 훈련을 많이 하길래 그냥 뒀다"면서 "이후 국내 선수들에게만 전달해 '메이스가 슛을 쏘면 리바운드를 들어가라'고 말했다"고 귀띔했다. 2m 안팎 국내 포워드들이 많은 SK로서는 해볼 만한 시도였다. 이어 "화이트에게도 벤슨을 스크린하라고 지시했다"면서 "벤슨은 사실 스크린을 당한 적이 별로 없어 낯설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연 작전은 먹혔다. 올 시즌 뒤 은퇴하는 벤슨은 메이스를 제대로 따라붙지 못했고, 결국 2경기 연속 3점슛 4방을 맞았다. 이상범 DB 감독은 "벤슨이 메이스를 막지 못하면 디온테 버튼으로 바꿔 막겠다"고 했지만 외곽 수비에서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메이스의 외곽슛은 생존 본능이다. 자신보다 큰 벤슨에 철저히 막혔던 1차전의 기억을 떠올려 활로를 찾은 것이다. 5차전 뒤 인터뷰에서 메이스는 "1차전에서 부진한 내 자신에게 화가 많이 났다"면서 "그러나 감독, 코칭스태프, 동료들이 믿어줬기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외곽슛은 또 하나의 강력한 무기가 됐다. 메이스는 "이제 나이도 있고 운동 능력도 예전만 못 하기 때문에 비시즌부터 외곽슛을 연마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굳이 장신이 즐비한 골밑에서 억지로 플레이하기보다 3점포를 장착해 외곽으로 나온 것이다. 문 감독도 "골밑보다 외곽 플레이가 덜 불안하다"고 말했다. 변화에 대한 본인의 노력과 코칭스태프의 믿음이 메이스를 미운 오리에서 다시 백조로 변하게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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