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中-美 무역분쟁 희생양되나…도시바메모리 인수 난항

韓·美·日 등 7개국 승인, 中만 검토 지연…장기화 땐 계약파기 가능성↑"

중국이 미국과 무역 분쟁을 핑계로 일본 도시바(東芝)의 반도체 사업 매각에 대한 승인을 지연하는 것으로 관측되면서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나선 SK하이닉스가 미·중 갈등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15일 외신과 반도체업계 등에 따르면 도시바가 SK하이닉스와 미국 베인캐피털이 포함된 한미일 연합에 도시바메모리를 매각하는 방안이 1차 시한인 지난달 말까지 중국 반독점 당국으로부터 승인을 얻지 못하면서 계약 조건에 따라 다음 달 1일이 2차 시한으로 잡혔다.

도시바가 2차 시한을 지키려면 지난 13일까지 중국의 승인을 얻을 필요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지만 아직도 승인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도시바 메모리 매각안은 한국과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브라질, 필리핀, 대만 등 7개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았지만 중국 당국의 심사만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미국과 무역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한미일 연합의 도시바 인수와 퀄컴의 네덜란드 NXP반도체 인수 등 미국 기업이 관련된 수십억 달러 규모 인수·합병(M&A) 거래에 대한 검토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소식통들은 무역전쟁이 다가오는 가운데 두 거래 모두 진전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도시바 고위 임원도 "무역긴장 때문에 검토 절차가 기본적으로 일시 중지되고 있다"고 확인했다.

중국의 승인 지연이 장기화하면 도시바의 도시바메모리 매각 철회 가능성이 증가할 것이라고 WSJ이 보도했다.

원 계약에 따라 1차 시한이 지난 이달 1일부로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취소할 권리를 확보한 도시바가 중국의 몽니가 지속되면 매각계약 철회를 요구해 온 일부 주주들의 의견을 수용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미국 자회사 웨스팅하우스의 파산으로 악화한 도시바의 재무 상황이 최근 대규모 증자 등을 통해 개선된 점도 도시바메모리 매각 취소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중국의 승인 지연으로 도시바가 도시바메모리의 최근 시장 가치를 반영해 매각가 인상 협상을 할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한 소식통은 중국의 승인 연기가 퀄컴의 NXP 인수 계획도 파기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퀄컴의 NXP 인수 계약 시한은 오는 25일로 연장됐으며, 중국 상무부는 2주일 내 결정을 내려야 한다.

중국산을 겨냥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폭탄에 맞서야 하는 중국으로서는 이들 거래를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고 WSJ이 전했다.

중국은 미국의 부적절한 조치 주장을 부인하고 500억 달러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포함해 '이에는 이' 방식의 보복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미국이 중국 기업의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인수를 막는데 맞서 중국도 현지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중국 진출 미국기업 단체인 미중무역전국위원회(USCBC)의 제이컵 파커 중국 사업 부대표는 "합병에 대한 검토와 결정은 시장에 기반한 계산을 토대로 해야 한다"며 "절대 미·중 간 관계의 정치에 의존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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