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생존자가족 등으로 꾸려진 416합창단 최순화(단원고 2학년 5반 고 이창현군 어머니) 단장은 "노래하면서 가사가 내 이야기, 내 마음 같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쉽지 않더군요. 잘해 보려는 마음에 눈물을 참으면서, 감정을 누르면서 녹음에 충실하려 애썼죠. 음악감독님도 그것을 느꼈는지 녹음 말미에 '울어도 된다'고…. 그날 함께한 모든 이들이 펑펑 울며 노래했던 기억이 납니다."
416합창단은 정부에서 왜곡된 정보를 흘리는데다 언론마저 관심을 거둬들이는 등 세월호 가족들이 몹시 힘든 시기를 보내던 2014년 12월 태동했다. 현재 유가족과 생존자 가족 부모 19명을 비롯해, 이들의 곁을 지켜 온 시민·평화의나무합창단원 등 40여명이 활동 중이다.
"2014년에는 세월호특별법 제정이 큰 이슈였잖아요. 우리가 전국을 돌며 서명을 받고 광화문에서 농성을 이어갈 때 많은 이들이 함께해 주신 데 커다란 고마움을 느낀 시간이기도 했죠. 그 마음을 전하기 위해 그해 12월 20일 안산에서 행사를 열었는데, 유가족과 안산시민 10여명이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불렀어요."
최 단장은 "무대에 오르니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많은 분들이 주목해 주셨고, 이후 많은 곳에서 요청이 들어와 얼떨결에 (합창단을) 시작했다"며 "세월호 참사를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되겠다는 마음에 그 뒤로 계속 의지를 갖고 요청이 오면 당연히 찾아가 노래했다"고 말했다.
416합창단 활동은 세월호 가족 개개인에게 커다란 위로를 안겨줬다. 최 단장은 "처음부터 그러한 부분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라며 말을 이었다.
"노래는 '잊지 않을게' '약속해'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집에 가자' 등을 많이 부르는데, 가사가 부모들 이야기 같아요. 그 노래들을 부를 때마다 가족들이 많이 울기도 하고 다짐도 합니다."
최 단장은 "우리 노래에 반응해 주시는 분들, 그 공감이 전해져 오니까 위로가 되고 나름 뿌듯하기도 하다"며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 하고 있다는 느낌이 (단원들에게) 다들 있다"고 전했다.
◇ 개인의 위로와 치유 넘어 '함께 사는 사회' 싹 틔우는 희망을 심다
최 단장은 "우리 노래를 듣는 분들이 흘리는 눈물은 단순히 '그런 일이 있었지'라는 일회성 감정이입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세월호 아픔에 꾸준히 공감해 온 데서 느껴지는 것이기에 고맙다. 그것이 함께 노래하면서 얻는 보람"이라고 소개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같은 일을 겪은 사람들, 특히나 굉장한 트라우마로 남은 경험을 공유한 이들이 모여 서로 아픔을 나누는 일은 굉장히 훌륭한 치유법"이라며 "감당하기 힘든 일을 겪은 이분(세월호 가족)들에게 노래가 주는 힐링 효과는 굉장히 컸을 텐데, 동질 집단으로서 함께 노래한다는 점이 그 효과를 배가시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 교수는 "사람은 본인의 의도가 왜곡되거나 의혹을 받을 때 굉장한 억울함, 나아가서 분노를 느끼게 된다"며 "더욱이 위로 받아야 할 상황에서 더 큰 상처를 받게 되면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보고 있다'는 생각으로 고통이 더욱 심해진다"고 설명했다.
"416합창단이 관객들의 반응을 중요하게 느끼는 것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데서 커다란 힘을 얻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개인적인 위로와 치유를 넘어, 사회적인 선순환을 부르는 행동으로 이를 승화시키고 있다는 데서 416합창단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단원들은 세월호 관련 집회뿐 아니라 반도체 노동자 인권단체 반올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쌍용차 노동자들 모임, 파인텍 노동자들 굴뚝농성, KBS·MBC 파업 현장 등을 스스로 찾아가 연대의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최 단장은 "우리는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며 "세월호가 이 나라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기에, 그들(사회적 약자들)의 문제가 우리 문제라는 인식이 우리도 모르게 싹튼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곽 교수는 "416합창단은 자신들의 고통과 분노를 사회적인 기여로 승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며 말을 이었다.
"이른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반대되는 '외상 후 성장' 개념이 있습니다. 일본 사람들이 빈번한 지진에 동요하지 않고 매뉴얼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도 그러한 결과예요. 외부에서 밀려 온 고통을 발판으로 비참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힘쓰겠다는 의지를 스스로 성장시킨 거죠."
◇ "4주기 앞두고 2014년 4월 16일 그날로 다시 돌아가는 것 같아…"
최 단장은 "다음 연습 장소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4주기 당일인 16일이 월요일이어서 이날 연습은 생략하고, 그 다음주 월요일인 23일부터 연습을 다시 시작할 것 같다"며 "앞으로도 매주 월요일 7시 연습 시간은 변함 없다"고 전했다.
그는 "항상 그래 왔지만, 특히나 이번 세월호 4주기를 앞두고는 다시 2014년 4월 16일 그날로 되돌아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처음으로 정부합동 영결식도 열리고, 그동안 박근혜 정부가 진실을 가리기 위해 어떠한 짓을 해 왔는지 조금씩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겠죠. 두 번째 특조위가 출범한 만큼 4주기를 기점으로, 우리 사회가 끊임없이 요구해 온 진상규명을 위해 처음부터 다시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416합창단이 사회적 약자들을 연결하는 다리, 끈이 돼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최 단장은 강조했다. 이는 "모두가 같이 잘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돈 없고 힘 없는 사람들이 부속품 취급 받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시 되는 것 세상…. 우리로 하여금 먹고 살기 바쁜 문제에 얽매이도록 만드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더군요.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고 죽도록 일만 하도록 부추기는 사회 구조를 만든 사람들 말이죠. 사회적 약자들과 손잡고 그들에게 맞서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집니다. 모두 같이 잘살아야 하니까요."
이와 관련해 곽 교수는 "끔찍한 사건을 겪은 뒤 자책과 원망의 시간을 보냈을 세월호 가족들이, 416합창단 활동 등으로 스스로 치유의 길을 걷고 사회적 행동으로까지 승화시켜 온 여정은 굉장한 감동"이라며 "이런 활동이 긍정적인 측면에서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돕고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우리는 절대 잊어서도 안 되고, 다시 일어나서도 안 되는 사건을 겪었다"며 "그 가운데서 어려움을 딛고 줄기차게 싸워 온 세월호 가족들은 '성장' '연대'와 같은 특별한 상징성을 지니게 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세월호 가족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손길은 결국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는 국민들의 마음이지 않을까"라며 "그들에 대한 정서적·물질적 지원이 이어지면 혐오 범죄 등에 찌든 한국 사회가 보다 선순환적이고 긍정적인 구조로 나아가는 계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놨다.
최 단장은 "국민들이 세월호를 유가족들의 문제로만 보지 마시고, 생명과 안전이라는 '나'의 삶과 직결된 문제로 인식해 주셨으면 한다"며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는 마음으로 끝까지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최근 세월호 4주기 추모 예배를 연 한 교회를 찾았어요. 예배 도중 어느 분이 '4년이나 지났는데 언제까지 그럴 거냐'고 소리치시더군요. 참사 이후 '진실을 밝혀 달라'는 목소리를 국가 권력이 어떻게 막아 왔는지 드러나는 과정이잖아요. '지겹다' '그만두라'는 말은 너무도 고통스럽습니다…. 세월호를 한국 사회를 사는 우리 모두의 삶과 직결된 안전·생명 문제로 바라봐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