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최근 뜨거웠던 감자는 이른바 '양의지 사태'다. 두산 포수 양의지는 지난 10일 삼성과 대구 원정에서 7회 공수 교대 때 바뀐 투수 곽빈의 연습 투구를 받으려다 갑자기 일어서 정종수 구심이 화들짝 놀라 피하는 일이 벌어졌다. 본인은 공이 보이지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짙은 고의성이 의심되는 장면이었다.
앞선 판정의 영향이 있었다고 추측해볼 수 있다. 양의지는 7회초 타석에서 삼성 좌완 사이드암 임현준이 던진 바깥쪽으로 꽤 빠진 공이 스트라이크가 되자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이에 양의지가 정 구심에게 불만을 드러내기 위해 고의로 포구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정 구심은 마스크를 벗고 황당한 표정으로 양의지를 바라봤다. 양의지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정 구심에게 공을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김태형 두산 감독은 곧바로 양의지를 더그아웃으로 불러 호통을 쳤다.
결국 양의지는 12일 KBO 상벌위원회에서 징계를 받았다. 벌금 300만 원과 유소년야구 봉사활동 80시간의 제재다. 웃지 못할 해프닝이다.
올 시즌 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한 선수들의 황망한 표정은 양의지가 아니더라도 자주 보인다. 특히 바깥쪽 멀게 느껴지는 공에 선수들은 혀를 내두르거나 눈을 동그랗게 뜨고 구심을 바라본다. 달라진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반응이다.
때문에 10개 구단 감독들도 시즌 전 모임에서 존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한 감독은 "너무 존을 타이트하게 잡는 경향이 있는데 국제대회를 가면 공 1개 반 정도는 더 잡아주더라"면서 "타고투저도 극심해서 마운드를 높이는 방안 등을 생각해봐야 한다는 의견을 나눴다"고 전했다. 감독자 회의에는 KBO 심판위원장도 동석했다.
하지만 공감대는 형성됐으나 구체적인 방침이 전달되지는 않았다. 모 감독은 "그때 존에 대한 논의는 있었지만 KBO로부터 올해는 존을 확대하겠다는 등 전달받은 기억은 없다"고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만약 전달이 됐다면 타격 코치에게 알려 선수들에게 대비하라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KBO도 이 부분을 인정했다. KBO 관계자는 "올 시즌 볼 판정 및 존과 관련해 구체적인 방침을 전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감독들의 얘기에 심판위원장이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긴 했다"고 덧붙였다.
아쉬운 대목이다. 만약 올 시즌 볼 판정 기조에 대해 각 구단에 미리 알렸다면 '양의지 사태'와 같은 혼란은 방지할 수 있었다. 물론 워낙 민감한 사안이고 심판 재량과 개인 성향에 따라 달라지는 게 존이다.
비디오 판독 전광판 상영도 마찬가지다. KBO는 각 구장에 중계 방송사의 판독 영상의 상영이 가능한지는 확인했지만 이 방침을 방송사에 사전 고지하지는 않았다. 때문에 일부 방송사의 중계 때는 전광판에 비디오 판독 영상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다.
중계권과 비디오 판독 센터 선정과 관련한 이해 관계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사전 고지하지 않은 KBO의 책임이다. KBO 관계자는 "사실 지난해는 각 방송사들이 비디오 판독 영상을 곧바로 중계를 해줬다"면서 "그래서 지난해의 경우를 감안하고 굳이 고지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KBO는 볼 판정과 판독 등과 관련해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이미 시기가 늦은 감이 있다. KBO는 13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총장, 심판위원장과 만나 최근 판정과 관련해 논의를 할 예정이다. 또 조만간 중계방송사와도 접촉해 비디오 판독과 관련한 협조를 구할 방침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KBO가 사태를 파악하고 나선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