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계치 넘어선 ‘김기식 스캔들’

野 공세 강화, 여론 악화…주말 ‘거취’ 분수령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사진=이한형 기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정치권의 갈등이 점입가경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당초 김 원장이 19대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이 부담한 비용으로 인턴 직원을 대동한 외유성 출장 논란에서 시작된 사안이, 정치자금이 동원된 법 위반 혐의로 확대되며 '정치 스캔들'의 양상으로 비화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김 원장의 더미래연구소에 대한 연구용역,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에 대한 후원금 등에 '일감 몰아주기', '돈세탁', 선거법 위반 등의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의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여론도 김 원장의 사퇴를 찬성하는 쪽으로 기우는 가운데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야권은 물론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친여(親與) 성향의 야당과 친정인 참여연대까지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거취 문제에 대한 임계수치가 넘어섰다는 판단과 함께 결단의 시점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한국당 '추가 의혹' 폭로…김성태 "불법 알면서 더좋은미래 후원"

한국당은 김 원장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인지한 채 더좋은미래에 후원금을 냈고, 그가 소장으로 있던 더미래연구소도 일정 기간 불법 운영됐다는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의원회관 사무실에 주소를 두고 있는 더좋은미래에 자신의 정치자금에서 5천만 원을 셀프 기부한 것은 이미 밝혀졌다"며 "김 원장은 19대 국회 임기 말에 위법소지가 있다는 선관위 답변을 듣고도 후원했다"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김 원장이 지난 2016년 3월 25일 더좋은미래에 대한 후원 제한 관련 질의를 해 선관위로부터 받은 답변에서 "종전의 범위 내에서 정치자금으로 회비를 납부하는 것은 무방하지만, 범위를 벗어나 특별회비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제공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113조 위반"이라고 회신했다. 한국당의 주장은 의원 임기 말 거액의 정치자금 기부는 법 위반 여지가 있었지만, 김 원장이 강행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더미래연구소 연구용역 몰아주기 △더미래연구소 수익 사업과 기부금 모금 논란 △해외 연수 관련 기업 스폰서 의혹 등이 제기됐다. 김 원내대표는 김 원장이 임기 말인 2016년 4월부터 용역 8건, 8천만 원을 발주한 사실을 문제 삼으며, "'갑질의 달인' 갑달 김기식 선생이 갑질과 삥뜯기에만 달인인 줄 알았는데 돈세탁에도 일가견이 있는 줄 미처 몰라봤다"고 비꼬았다. 한국당이 의혹을 제기한 임기 말 '땡처리' 정치자금은 1억 3천만 원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김 원장의 의원 시절 정치자금 수입‧지출 보고서에 포함된 정책연구용역 중 1천만 원을 받은 것으로 돼 있는 국민대 계봉오 교수가 용역비 중 500만 원을 더미래연구소에 다시 기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치자금 세탁'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언이다.

그러나 계 교수는 "정책연구용역과 기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서 "정책위원인 내가 연구소 활동에 달리 기여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에 기부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원장 측의 요구에 의한 기부가 아니라는 주장으로, 돈 세탁을 위한 기부행위가 아니었다는 반박이다.

◇ '내로남불' 여론 악화…정의당, 참여연대까지 등 돌려

임기 말 정치자금 유용 의혹 등 김 원장의 '모럴해저드' 정황은 그가 평소 정관계와 언론계 등에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댔었다는 사실과 맞물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비판을 부르고 있다.

그간 야권에서 유일하게 우호적인 입장이었던 정의당마저 12일 김 원장에 대한 '자진사퇴 촉구'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최석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현재 논란이 되는 김 원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 자진 사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대한민국의 근본적 개혁이라는 준엄한 소명을 안고 출발한 문재인 정부는 빠른 시일 안에 더 나은 적임자를 물색해 금융 적폐 청산을 힘 있게 추진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김 원장이 공동 설립에 참여한 '친정' 격인 참여연대도 홈페이지에 올린 '김기식 금감원장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회원께 드리는 글'을 통해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 중에는 비판받아 마땅한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고, 누구보다 공직윤리를 강조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던 당사자였기에 매우 실망스럽다는 점도 분명하다"고 했다.

◇ 사면초가 金, 주말 '거취' 분수령

여론의 반응도 싸늘해지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11일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이 50.5%로 "사퇴 반대" 33.4%보다 17.1% 포인트 많았다.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청와대의 '정면 돌파' 입장에도 불구하고, 김 원장이 사면초가 형국으로 코너에 몰리면서 "더 버티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금요일(13일) 혹은 일요일(15일)에 결단할 수 있다"며 구체적인 시점이 담긴 사퇴설(說)도 나돌고 있다.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박성진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등 문재인 정부 주요 낙마 사례들이 금요일에 나왔다는 전례에 기대고 있는 '사퇴'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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