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으로 좋은 투수지만 결정구가 살짝 부족하다는 것. 류 감독은 "윌슨은 6이닝만 던지게 조절해주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게 아니라 투구수가 100개 안팎까지 가면서 바꾸는 것"이라면서 "볼을 많이 던지는 투수는 아니지만 삼진을 잡을 만한 강력한 결정구가 없어서 타자들이 커트해낸다"고 말했다.
윌슨은 앞서 3경기 1승2패 평균자책점(ERA) 4.00을 기록했다. 18이닝을 던져 8자책,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를 펼쳤지만 승운이 따르지 않아 첫 두 경기 연패를 안았다. 에이스라 하기에는 살짝
이날 경기 전까지 윌슨은 탈삼진 1위(24개)였다. 류 감독은 "내가 눈이 좀 높다"며 짐짓 높은 안목을 자부했다.
류 감독의 말을 전해듣기라도 한 걸까. 윌슨은 이날 KBO 리그 데뷔 후 최고의 피칭을 펼쳤다. 홈런군단 SK를 완벽하게 제압했다.
그러고도 투구수는 고작 100개였다. 앞선 3경기에서는 6이닝씩만 소화했지만 이날은 자신의 최장 이닝을 기록했다. 최고 시속 148km의 직구(48개)와 슬라이더(30개), 커터(19개) 등 구위가 SK를 압도했다.
6회가 유일한 고비였다. 선두 이재원에게 안타를 내준 윌슨은 이어진 희생번트 야수 선택으로 무사 1, 2루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최항을 1루 땅볼로 잡은 뒤 최정을 3루수 병살타로 솎아내는 등 '최씨 형제'를 막아내 위기를 넘겼다.
LG 타선의 지원이 적었기에 더 값졌다. LG는 2회 1점을 냈지만 오지환의 번트 실패와 1루 주자 유강남의 귀루 실패로 더블아웃이 돼 추가점 기회를 놓쳤다. 이후 7회에야 1점을 냈을 뿐이었다.
하지만 윌슨은 이날 또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9회 불펜 난조로 마무리 정찬헌이 제이미 로맥에게 1타점 2루타, 이어진 1사 만루에서 최승준에게 싹쓸이 좌중월 3루타를 얻어맞아 2-4 역전을 허용했다. 윌슨의 2승째가 허무하게 날아간 순간이었다.
LG는 그러나 뒤늦게 터진 타선을 앞세워 승리는 거뒀다. 9회말 김용의의 1타점 2루타와 상대 마무리 박정배의 호투로 동점을 만든 뒤 안익훈의 끝내기 안타로 5-4 승리를 일궈냈다. 2연승을 달린 LG는 7승째(9패)를 수확했다. 윌슨은 불펜이 아쉬웠지만 이날만큼은 류 감독의 눈높이에 걸맞는 빼어난 투구를 펼친 데 만족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