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는 11일(현지시간) 정 실장이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났다고 밝혔으나, 이후 두 안보책임자들이 다음날인 12일 만난다고 정정했다.
당초 정 실장은 이날 오전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직후 곧바로 백악관으로 향했다. 그러나 볼턴 보좌관이 급히 일정을 변경하면서 회동이 하루 미뤄졌다. 시리아의 화학무기 의심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이번에 정 실장이 존 볼턴 보좌관과 회동하는 것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양국의 안보사령탑이 서로 긴밀한 채널을 구축해야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정 실장은 앞서 전임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도 샌프란시스코 등에서 일본 야치 쇼타로 국가안보국장과 함께 비공개로 수차례 회동을 갖고 북한문제 등에 대한 공조 방안 등을 논의한 바 있다.
한편, 볼턴 신임 보좌관은 과거 북한의 정권교체 내지는 북한에 대한 군사옵션 등을 해법으로 내세우는 등 대북 초강경파로 분류되고 있다. 이에따라 우리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안보 사령탑을 맡은 볼턴 보좌관과 긴밀한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볼턴 보좌관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이후 취임까지는 외국 관료를 만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져, 우리 측에서는 그동안 그와 접촉할 기회가 없었다.
미국의 로건 법은 민간인의 외교정책 관여를 금지하고 있으며, 초단기 낙마한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취임 전 러시아 대사를 만났다가 로건법 위반 논란이 빚어진 바 있다.
이에따라 청와대는 남북 정상회담이 임박한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 볼턴 보좌관 취임 이후 최대한 빠른 시일로 정의용 실장과 회동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동에서 양국 안보사령탑이 북한과의 정상회담 등을 앞두고 어떤 논의를 했는지, 또 이번 방미 일정을 통해 ‘정의용-볼턴 라인’ 구축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