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피의자->피해자'된 삼성노조...'격세지감' 檢수사

라두식 지회장, "과거 검찰의 지휘 문제도 짚어봐야"

4년 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던 삼성노조원이 이제는 삼성의 '노조파괴' 공작 관련 피해자로 검찰에 출석했다. 노조 측은 "다 인정하고 조율하자"던 검찰의 과거 수사 지휘 부분도 짚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김성훈 부장검사)는 11일 오후 라두식 삼성전자서비스노조 지회장과 노조 간부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구체적인 피해사례를 조사했다. 라 지회장은 "검찰이 삼성의 노조파괴 문건에 대해 강한 수사의지를 보였다"고 밝혔다. 4년 전 검찰이 라 지회장에게 보였던 태도와는 천양지차라고 한다.

그는 지난 2014년 노조 탄압에 반대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염호석 경남 양산센터 분회장의 장례식장에서 시신을 두고 경찰과 대립하다 장례식방해 및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같은 자리 다른 신분으로 검찰에 나온 라 지회장은 "지난 5년이(정확한 횟수는 4년)1초 1초가 정지된 화면처럼 서 있다"라며 "제 기억 속에 1초 1초 정지된 화면처럼 멈춰 있는 사실을, 진실을 얘기하러 왔다"고 말했다. 눈가엔 이슬이 맺혔다.


라 지회장에 따르면 당시 수사를 진행한 검찰은 혐의를 부인하던 라 지회장에게 "다 인정하라 다 인정하고 조율하자"며 수사를 무마하려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한다. "검찰이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과거 검찰 수사도 다시 봐야한다"고 지적한 이유다.

앞서 검찰은 2015년에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2012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계기로 해당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적 있다.

해당 문건에는 "노조가 설립되면 그룹 노사조직, 각사 인사부서와 협조체제를 구축해 조기에 와해시켜라", "조기 와해가 안 되면 장기 전략을 통해 고사화해야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당시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김병현 부장검사)는 "문서 출처가 확인되지 않아 그룹차원에서 부당노동행위에 개입했는지 보기 어렵다"며 2015년 1월 전원 무혐의 처분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최근 검찰이 노조파괴 문건을 6천건 발견했다며 대단한 적폐수사를 하는듯 말하지만 과거 무마하기 바쁜 모습을 떠올리면 신뢰가 가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날 노조 측으로부터 피해 상황 관련 진술을 확보한 검찰은 이를 기반으로 향후 수사 방향을 정할 방침이다. 삼성 임원진 조사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