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움켜쥔 '카톡 플랫폼' 카카오택시 유료화의 의미

택시 가진 카카오, 카풀까지? 업계 "시장 삼킬 것" 우려…일상 스며든 카톡 플랫폼, "수수료, 이제 시작"

올해 초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구글과 아마존의 시장 지배는 소비자는 물론 기업 경쟁에도 매우 나쁘다"고 평가했습니다.

아마존은 약탈적인 최저가 공세로 고객들을 잡아뒀고, 미국 온·오프라인 시장 잠식했습니다. 아마존이 유통 거인이라면 구글은 온라인 공룡입니다. 웹 브라우저 시장에서 구글이 차지하는 비중은 56%, 유튜브 점유율은 동영상 플랫폼 시장에서 압도적입니다.

카카오택시가 출범한 지 벌써 3년이 흘렀습니다. "안 써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써본 사람은 없다"는 게 카카오택십니다. 소비자들은 카카오택시를 반겼지만, 콜택시 스타트업 '리모택시'를 비롯해 전국 콜택시 업체 수십여 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카카오택시 이용자들은 무료로 편리함을 누렸지만, 사실 '진짜 공짜'는 아니었습니다. 그간 큰 비용을 지불했습니다. 자주 가는 목적지가 어딘지, 이용하는 시간대 등이 모두 플랫폼에 기록됐습니다. 그렇게 승객 패턴과 택시 기사들의 운전 성향을 모은 카카오는 빅데이터로 수집해 인공지능 기반 스마트 호출 시스템인 '우선배차' 서비스를 10일 오후부터 시작했습니다.

◇ 1000원 주면 '우선배차' 시작…정부·업계 반발에 즉시배차 '보류' 왜?

'우선배차'는 1000원의 수수료를 내면, 빨리 배차를 해주는 방식입니다. 당초 카카오는 최대 5000원의 웃돈을 내면 인근 빈 택시를 강제로 배차하는 '즉시배차'도 도입할 계획이었지만 정부와 업계 반발로 무산됐습니다.

정부는, 카카오택시 호출비라 하더라도 택시 이용의 대가여서 '택시 요금의 하나'로 봐야 한다는 판단입니다. 카카오택시가 '안 받던' 콜비를 '받게' 되면 사실상 택시 요금 인상을 초래한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택시기사들은 왜 반발할까요? 돈을 더 받게 되는데 말이죠. 택시 기사는 시장 지배력이 점점 커지는 카카오에 상당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현재 1000원, 5000원의 수수료 정책은 시작일 뿐, 결국은 카카오가 시장을 삼켜 택시업계를 쥐락펴락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택시 기사 입장에서는 이번 유료화도 크게 반갑지는 않습니다. 카카오는 받은 수수료 일부를 기사들에게 현금화할 수 있는 포인트로 지급하겠다고 하지만, 콜당 1000원이 온전히 오는 것도 아니면서, 콜비로 인한 승객의 불만은 고스란히 기사가 떠안아야 된다는 거죠. 또 카카오택시 기사 회원이 되면서 수수료를 내던 기존 콜택시는 끊었는데, 이렇게 되면 기존 콜택시와 큰 차별화 포인트도 없는 셈이고요.


무엇보다 카카오택시 유료화 서비스에서 핵심 논란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올 하반기에 도입하겠다는 차량공유 서비스 즉 '카풀'입니다.

전국택시노동조합 등 택시 4단체는 "고객들이 내는 웃돈을 마치 기사들에게 다 주는 것처럼 당근을 내밀면서, 결국은 카카오가 수백억 원을 들여 인수한 럭시(카풀)을 합리화하기 위한 꼼수"라면서 기사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게 모두 연결된, 순차적인 카카오택시 유료화 서비스 방안이라는 지적입니다.

◇ 유료화 목적은 카풀 활성화 통해 카카오 수익 증대, 택시 종사자들 모두 '고사'

카풀이 활성화되면 택시 업계 종사자들은 '고사할 것'이라며 시름이 깊습니다.

택시업계에 따르면 현재 택시업 종사자는 대략 30만 명. 하지만 연말 반짝 특수 외엔 사납금만 간신히 채우는 형국이고, 이 때문에 현재 택시기가 상당수가 대리를 병행하고 있는데, 아마 카카오-럭시 카풀이 활성화되면 "택시 기사 절반은 대리업으로, 나머지는 화물 운송이나 버스로 갈 것"이라며 한숨만 쉬더군요.

한 택시 기사는 "카풀도 무상이 아니라 다 돈 받고 하는 건데, 이런 운송 행위를 번호판도 없는 사람이 하는 건 엄연히 불법이고, 사고가 나도 운전자가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승차거부'를 넘어선 카카오택시 '콜거부'에 대한 불만도 상당합니다. 택시 수급 불균형도 문젭니다. 야간에 택시 콜이 20만 건이 넘는데 공급 가능한 택시 수는 3만 대뿐이라는 건데, 이를 해결하려는 것이 유료화 서비스와 카풀이고, 카풀은 출퇴근 시간대에만 운영해서 택시 기사들 영업에 지장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택시 기사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요즘 출퇴근 시간이 선처럼 명백하게 그어진 회사가 어딨고, 이 때문에 24시간 내내 운영하는 카풀 업체도 있지 않냐"는 주장입니다.

◇ 택시 가진 카카오가 카풀까지? "시장 집어삼킬 것" 우려

사실, 카풀은 카카오가 인수한 럭시 활용 방안을 알리기 전부터, 플러스 등 차량공유 스타트업 업계와 택시 업계가 가장 첨예하게 갈등을 빚고 있는 사안입니다.

그런데 두 업계 간 갈등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 있던 카카오가, 카풀을 인수하면서 갈등은 극에 달했습니다.

즉 "이미 택시를 가진 카카오가 카풀까지 인수, 하나가 되면서 시장을 집어삼킬 것"이라는 게 기사들이 가장 견제하고 경계하는 부분입니다.

언젠가는 택시 기본료 자체도 카카오모빌리티가 정하고, 플랫폼 수수료도 더 많이 거둬들일 것이라는 우렵니다. 카카오택시가 탄생하면서 기존 콜택시 업체들이 문을 닫은 게 더이상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거죠.

◇ 일상 움켜쥔 '카톡 플랫폼', 카카오택시 유료화의 의미…다음은?

국토부는 이같은 상황에서 "카카오가 인수한 럭시(카풀)를 어떻게 운영하고 무슨 허가를 받겠다는 생각인지 잘 모르겠다"며 난색을 표했는데요,

국토부 관계자는 "카카오가 럭시를 인수한 것, 럭시는 카풀 사업을 하고 있는 게 팩트다. 그런데 카카오가 새로운 서비스를 출범하는 것인지 등 이와 관련해 카카오에서 전해온 바가 전혀 없다. 또 지금도 이미 럭시가 카풀 사업을 버젓이 하고 있는데, 무슨 정부 허가를 받겠다는 것인지, 이것도 난센스 아닌가"라고 말했는데요.

카풀이 아무리 하반기 도입 예정이라지만, 하반기도 불과 5개월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꼬일 대로 꼬인 매듭을 카카오가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취재 도중 한 기사가 말했습니다. "비단 택시뿐이겠어요? 이제 시작일 겁니다."

분명한 건, 카카오의 이번 택시 유료화는 현재 모든 카카오 서비스 유료화의 신호탄을 쐈다는 겁니다. 국민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다양한 플랫폼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그간 "수익화 방안이 없다"며 많은 비판도 받았는데요, 어쩌면 없었던 게 아니라, 이날만을 기다려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택시, 주문, 음악, TV, 웹툰, 게임, 예약, 스타일, 헤어숍, 뱅크 등 이제 카카오가 손을 안 뻗은 곳을 찾는 게 더 쉬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라이언, 어피치 같은 카카오프렌즈 이모티콘도 무료에서 유료 콘텐츠로, 공짜로 부르던 카카오택시도 이제 웃돈을 얹고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생활플랫폼'을 지향한다는 카카오. 8년 동안 카톡을 쓰면서 우리 일상과 사적 공간을 내주면서 편리함을 누렸습니다. 카톡 플랫폼은 더 커졌고,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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