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은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상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의 공판에서 이같이 밝혔다.
원 전 원장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2009년 4월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를 앞두고 "전직 대통령을 수사하는 게 부담스럽다"며 "조용히 하든지 방문조사를 했으면 좋겠다는 것을 검찰총장에게 전달해 달라"고 원 전 원장에게 말했다.
원 전 원장은 "그걸 왜 저한테 시키냐"고 물었고, 이 전 대통령은 "국정원장 차원이 아니라, 검찰총장이 학교(서울대 법대) 후배니까 좀 전달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원 전 원장은 "저도 부담스러워서 대학 동기 중에 임채진 (당시) 검찰총장과 (사법시험) 동기가 있어서 그 사람에게 이야기 해 달라고 했다"며 "그 사람이 저보고 직접 하라고 해서 안가에서 검찰총장을 만났다"고 설명했다.
임 당시 검찰총장은 "중수부장(이인규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전혀 내 말을 안 듣는다"고 했다는 게 원 전 원장의 증언이다.
이후 원 전 원장은 "국정원에 와서 차장에게 상의를 하니 국정원이 아닌 국민여론 차원의 전달이 어떻겠냐고 했고 그렇게 하라고 했다"며 "이후 안심하고 있었는데 '국정원장이 수사 지휘하나'라고 (언론에) 나와서 엄청 시달렸다"고 덧붙였다.
당시 원 전 원장이 노 전 대통령 검찰 소환에 반대하는 움직임에 대한 대응 심리전을 국정원에 지시했다는 검찰의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한편 원 전 원장은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서 댓글공작을 펼치라고 지시했다는 혐의에 대해 "저는 다음 홈페이지를 본 적이 없고, 들어간 기억도 없다"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