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수 떨어지는 소리, 라이터 켰다 끄는 소리, 고양이 우는 소리, 해질녘 요트가 바다를 가르는 소리 등을 10시간 동안 반복해서 들려주는 슬로TV의 유튜브 채널도 인기다.
슬로TV에서 비롯된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자율감각 쾌락반응) 열풍이 국내에도 거세다. ASMR은 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가져다주는 영상을 말한다.
유튜브에 ASMR을 입력하면 영상 1천200만 개가 검색된다. 초등생 사이에서 한창 유행하는 ASMR 액체괴물(슬라임) 만들기 영상은 234만 개, ASMR 먹방 영상은 48만 개가 나온다.
예능에 ASMR을 접목한 일명 'ASMR 예능'도 등장했다. '자발적 고립 다큐멘터리'를 표방하는 나영석 표 예능 '숲속의 작은 집'은 배우 소지섭과 박신혜가 제주도 숲속의 작은 집에서 전기, 수도, 가스 없이 자급자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난 6일 방송에서 두 배우는 물소리 담아오기와 장작 피우기 미션을 수행했다. 방송은 산속 계곡물이 흐르는 소리와 난로에서 장작 타는 소리를 수 분간 들려줬다. 출연자는 물론 시청자도 자연의 소리를 들으면서 힐링되긴 마찬가지였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ASMR 열풍이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에서 탈출하려는 욕구와 관련 있다고 말한다.
고려대 사회학과 윤인진 교수는 "누구나 가치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스트레스가 만연해 있다 보니 직장이나 인간관계에서 존중이라는 가치가 쉽게 훼손된다"며 "상처받은 현대인은 심리적인 치유 욕구를 다양한 방법으로 분출한다. ASMR을 듣는 행위는 이런 치유 방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도 힐링 욕구는 있어 왔다. 최근 들어 이런 욕구가 부각된 건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것을 다하는 등 기술적인 발전으로 ASMR을 손쉽게 접하는 환경이 만들어진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