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의원이 지자체장이나 다른 지자체 의원에 입후보하려면 선거 30일전까지 현직을 그만둬야 한다. 임기가 아직 많이 남았는데도 시의원 30명이 미리 사퇴한 것은 예비후보로 등록해야 법에서 허용하는 선거운동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퇴한 의원 수가 역대 최대 규모로 제9대 서울시의회 의원 106명의 1/3에 육박하면서 의정활동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4일 열린 9대 서울시의회의 마지막 임시회는 본회의에 64명만 출석해 40% 가량 자리가 빈 채 진행됐다.
이를 의식한 듯 양준욱 서울시의회 의장은 개회사에서 "임기 마지막 순간까지 시민이 맡겨준 책무를 다해 서울시 의정활동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며 "9대 서울시의회가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도록 남은 임기동안 변함없는 의정활동을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강동구 구청장 출마가 당연시 되는 양준욱 의장은 의장직을 사퇴하고 사전 선거운동을 해야 하지만 서울시 의장의 중책을 맡아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시의회 안팎에선 구청장 선거대열에 합류하는 시의원의 수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내다본다. 양준욱 의장처럼 공식 출마의사를 이미 밝혀 사퇴 초읽기에 들어간 의원과 구청장 선거전에 자천타천 거론되는 인물들을 포함할 경우다.
특히 사퇴한 서울시의원 30명 중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이 27명으로 90%를 차지해 눈길을 끈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높은 상황에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 여당 후보로 나설 경우 당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의 구청장 도전이 '문전성시'를 이루면서 공천을 놓고 집안 싸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역 구청장이 출마하지 않는 강동과 은평, 마포, 관악, 성북, 금천 등 6개 자치구에서는 민주당 소속 시의원간에 공천을 받으려는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이의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하면서 같은 당 소속 시의원들 중 최소한 몇명은 구청장에 도전할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각 당의 후보 경선이 본격 시작되면 사퇴하는 시 의원들의 수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 경선에 최종 참여하는 시의원 수는 대폭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공천 받기아 어려운데다 현직 구청장이 재도전하는 지역구에서는 인지도 등을 고려할 때 힘겨운 싸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때 서울시의원 10명이 구청장에 출마했지만 당선자는 1명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