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서울시장 선거 결과는 범(汎)보수 야권 내에선 '보수 주도권'의 향방을 가늠하는 정치적 의미도 갖는 만큼, 자칫 경쟁상대인 바른미래당에 밀릴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출마 의지를 가진 김 전 지사 측에선 불만도 감지된다.
홍 대표는 서울시장 후보군(홍정욱·이석연·오세훈·김병준)의 '릴레이 고사현상' 끝에 결국 김 전 지사를 택했다. 이에 따라 당은 오는 10일 김 전 지사 후보 추대식을 열 계획이다.
하지만 5일 내부결론이 나기까지 당내에선 '김문수 카드'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 측에선 김 전 지사에 '올드보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을 의식한 듯 김용태 의원이나 오세훈 전 시장 등 상대적으로 젊은 인물들을 계속해서 설득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오 전 시장 측도 통화에서 "불출마 뜻을 밝힌 이후에도 당 관계자가 접촉해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불출마 입장엔 변화가 없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김 전 지사론 어렵다는 의견을 내왔던 당 고위 관계자는 6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아직까지도 (김 전 지사 카드를) 기정사실로 해서 얘기하기가 좀 그렇다"고 답답한 속내를 털어놨다.
김 전 지사에 물음표가 붙는 원인으론 크게 두 가지 정도가 꼽힌다. 우선 그는 지난 탄핵 국면에서 주도적으로 '반(反) 탄핵'을 외쳐왔다. 당내에서조차 "극우인사 이미지가 강하다"는 평이 나온다.
대구 수성갑 당협위원장을 맡아왔던 김 전 지사가 서울시장 주자로 나선다는 것 자체가 약점이라는 우려도 있다. 경기지사직을 마친 그가 지난 총선을 앞두고 대구행을 택했을 때 '대권행보'로 보는 시각이 대체적이었는데, 이번에는 서울시장으로 나선다면 명분을 찾기 힘들다는 논리다.
범(凡)보수 야권의 잠재적 본선 경쟁자로 꼽히는 바른미래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도 서울시장 출마선언식에서 김 전 지사의 '지역 옮기기 행보'를 겨냥해 "지금 서울에 살지 않는 분이 갑자기 서울시장에 나오는 것은 시민에 대한 아주 큰 실례"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당 지도부는 6일 충남(이인제 전 최고위원)과 경남(김태호 전 최고위원)지역 광역단체장 전략공천을 비공개 회의에서 결정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문수 전 지사에 대한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논의가 안 됐다"고 했다. 10일 후보 추대식은 확정됐느냐는 질문에도 "잡힌 건 없다"면서 "서울시당 당협위원장 중에서 김 전 지사를 공천해달라는 요청들이 많다"고만 했다. 다른 최고위원도 통화에서 관련 질문에 말을 아꼈다. 지도부 내부의 미묘한 갈등 기류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 공천이 유보됐다는 해석까지 나오자 김 전 지사 측은 불쾌함을 표했다. 한 측근은 통화에서 "안건을 내놨다가 일단 멈춰놓는 게 유보 아닌가. 유보라는 말 뜻을 아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 전 지사의 출마 의지는 확고한가라는 질문엔 "아직 모른다"며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도 했다. 다만 김 전 지사는 6일 대구 수성갑 당협위원장직 사퇴서를 중앙당에 제출했다.
한편 '김 전 지사 출마'를 홍 대표와 김 전 지사 본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물로 보는 분석도 있다. 홍 대표로선 김 전 지사로 보수표심을 분산시켜 안 위원장이 진영 내 잠재적 경쟁주자로 부상하는 걸 막는 데 무게를 두고 있고, 총선 때 대구 텃밭을 더불어민주당에 내줬던 김 전 지사로선 이번 선거를 정치적 재기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김 전 지사의) 당선을 노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잖느냐"며 "김 전 지사도 정치 활동의 계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