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가 개헌안을 발의한다고 해도 (국민투표법 개정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한을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적었다. 한병도 정무수석이 이를 들고 국회 사무처장에게 방문했다.
국민투표에 관한 법률을 정하고 있는 현행 국민투표법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 결정이 내려진 상태다. 재외투표인과 국외부재자에게도 국민투표법을 부여해야 하지만 투표의 대상을 '국내거소신고자'에 한정하고 있어 재외국민의 투표권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현행 국민투표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가 없다. 이같은 점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대통령 개헌안을 발표할 당시에도 지적했고, 임종석 비서실장도 나서 국민투표법 개정을 촉구한 바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4월 23일까지를 국민투표법 개정 시한으로 계산했다.
문 대통령은 서한에서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새로운 헌법을 국민들에게 안겨드려야 한다는 것이 저의 변함없는 생각"이라며 "제가 걱정하는 것은, 국회와 정부가 개헌안을 잘 만들어놓고도 개헌투표를 못하게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국민투표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투표인명부를 작성할 수 없고, 개헌투표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러한 상황 자체가 '위헌'임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고 꼬집었다.
문 대통령은 6월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투표를 위해서는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 국민투표법이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는 점을 강ㄹ조하면서 "이미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신속히 합의 처리해주시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서한 말미에는 국회를 향한 쓴소리도 냈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은 국회가 개헌을 하자면서 정작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법 개정은 왜 오랫동안 하지 않고 있는지 궁금해 하고 있다"며 "개헌이 아니더라도, 법률의 위헌상태를 해소해서 국민투표에 관한 헌법조항의 기능을 조속히 회복시키는 것이 국회의 책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