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평화협정 체결되면 주한미군 철수한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평화협정 이야기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일부 단체에서는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이 본국으로 돌아간다'며 '북한이 적화통일을 시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베트남 전쟁 당시 평화협정 체결 후 미군이 철수했고 이후 북베트남이 남베트남을 침공한 사례를 소개했다.

한반도에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정말 미군은 철수해야할까?

SNS 상에서는 베트남전을 사례로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이 철수할 것이란 글이 돌고 있다. (사진=트위터 캡처)

◆ 체크 1. 평화협정이란?

평화협정은 평화적인 방법을 통한 전쟁의 완전한 종결을 의미하는 문서로 전쟁의 종식 선언과 함께 포로·난민 등의 인적문제, 영토, 군사력, 법률 등의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대한민국과 북한에서는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제네바회담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하려 했으나 논의 없이 지나갔다.

최근 북한의 변화된 태도 때문에 평화협정이 다시 주목 받기 시작했다.

오는 27일에 있을 남북정상회담과 오는 5월에 열릴 북미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이 거론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A 노컷뉴스 자료사진

◆ 체크 2. 유엔군과 한미연합군의 차이

먼저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은 유엔군사령부(이하 유엔사)와 한미연합사령부로 이루어져 있다.

유엔사는 1950년 한국전쟁과 함께 한반도에 머물기 시작했다. 유엔사는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가 구성되자 작전통제권을 이임했고 현재 정전협정과 관련한 업무만 담당하고 있다. 그 외 군 업무는 한미연합사령부가 총괄하고 있다.


유엔사와 달리 한미연합사령부의 주둔 근거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한국전쟁 휴전협정 이후인 1953년 체결됐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각국이 위협받고 있다고 인정될 경우 언제든지 양국은 서로 협의. 미국은 자국의 육·해·공군을 대한민국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비(配備)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대한민국은 이를 허락. 이 조약은 어느 한 당사국이 상대 당사국에 1년 전에 미리 폐기 통고하기 이전까지 무기한 유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만약 한반도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북한을 상대하는 유엔사는 해체 절차를 밟겠지만 한미연합사령부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근거로 방어를 위해 계속 주둔할 수 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2017년 10월 27일 오후 경기도 파주 비무장지대에 있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대북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 체크 3. 베트남과 한반도는 평화협정 상황이 다르다

주한미군의 철수를 우려하는 사람들은 흔히 베트남 평화협정을 예시로 든다.

1960년 발발한 베트남 전쟁은 남과 북으로 나눠 싸우기 시작했다. 미국은 1964년 통킹만 사건을 이유로 참전을 시작했다.

하지만 긴 전쟁 기간, 막대한 전쟁 비용, 전쟁의 참혹성, 미군 참전의 정당성 등 미국 내 베트남전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결국 미국은 1969년 단계적인 철군을 시작으로 1973년 1월 27일 프랑스 파리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완전히 철수했다.

남과 북, 미국이라는 점은 한반도의 상황과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만약 평화협정이 체결된다면 내용은 전혀 다를 수 있다.

베트남 평화협정은 표면상 전쟁의 종결과 남베트남과 북베트남을 존중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사실상 미국이 베트남전에서 발을 빼기 위해 체결한 협정으로 보고 있다.

2017년 7월 27일 정전협정 64주년 기념행사를 마친 유엔사령부 토마스 버거슨(Thomas Bergeson, 왼쪽 세번째) 중장, 군사정전위원회 조영진 소장(왼쪽 네번째), 중립국감독위원회 앤더스 그런스타드(Anders Grenstad, 왼쪽 다섯번째) 스웨덴 대표 등 참석자들이 판문점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반면 한반도의 평화협정은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 속에서 핵 폐기, 한반도의 평화 등의 합의를 끌어내는 협정이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평화협정과 주한미군 철수는 완전히 다른 사안"이라며 SNS 상에 떠도는 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평화협정은 한반도의 전쟁을 종결하는 협정이고 이와 별개로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으로 주둔하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주한 미군의 성격이 바뀌면 통일 이후에도 주둔해도 좋다'라는 취지의 발언까지 했다"며 "SNS 상의 글은 북한의 입장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글"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측 입장도 비슷하다.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관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김정은이 승리의 춤을 출 것"이라며 "주한미군 철수가 한미 동맹을 폐기하는 결정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주한미군은 중국의 과도한 군사팽창과 북의 도발을 억제하고 일본의 야욕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며 "단순히 북한 때문에 주한미군이 있는 것이 아니다"고 발언했다.

따라서 베트남 전쟁의 사례를 들며 정전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이 철수한다는 내용은 대체로 거짓에 가까웠다.

■ 알립니다

2018년 4월 5일 송고된 팩트체크 기사에서는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관의 말을 인용하면서 "김정은이 승리의 춤을 출 것"이라는 내용과 함께 월간조선 인터넷판에 소개된 "주한미군은 중국의 과도한 군사팽창과 북의 도발을 억제하고 일본의 야욕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단순히 북한 때문에 주한미군이 있는 것이 아니다"는 내용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취재 결과 두 번째로 인용한 내용은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관이 한 말이 아닌 보수당 측에서 발언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팩트체크 코너에서 독자 여러분께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지 못해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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