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귀국길에 선양서 랴오닝 당 서기 만나 협조 부탁"
"단둥-신의주 오가는 화물차량 1일 60~70대로 10배 늘어"
"북한 노동자 체류기간 연장 금지 조치 풀어"
"북한 당국, '경제협력 전면 확대 국면에 준비하라' 지시도"
북한 신의주와 인접한 중국 랴오닝성 단둥은 북중교역의 70~80%를 차지하는 지역으로 북한 외화벌이의 첨병지대로 통한다. 북한을 보려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고 북한의 보따리상들로 넘쳐나기도 했다.
하지만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고 중국이 독자적인 제재 조치까지 시행하면서 북중간 거래가 끊기고 식당이나 여행사 등 문을 닫는 사업체가 속출하는 등 올해 초까지만 해도 단둥 지역경제가 파탄날 지경이라는 보도가 잇따랐다.
그런데 최근 신의주와 단둥을 오가는 화물차 운송이 다시 활기를 띠는 등 물동량이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접경지역 상황에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3일 "대북 제재가 시작되면서 그동안 하루 6,7대에 그쳤던 화물차 운송이 최근에 다시 10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대북 제재 이전 압록강 대교를 오가는 트럭이 하루 100여대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거의 예년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와함께 중국 당국은 북한 노동자들의 체류허가증 갱신 불허 조치도 해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 방문을 마치고 북한으로 돌아온 직후인 지난달 29일부터 그동안 대북 제재를 이유로 해주지 않던 북한 노동자들의 거주등록 기간 연장을 다시 허가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유엔 대북제재 조치에 참여하면서 기존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의 허가증을 갱신해주지 않는 방법으로 계약기간이 남아 있음에도 사실상 추방에 준하는 조치를 취해왔는데 이를 완화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북 제재로 문을 닫았던 북중 접경지역 북한 식당들도 최근 잇따라 다시 영업을 재개하고 있다는 보도도 잇따랐다.
이처럼 북중 접경지역에서 중국 정부의 대북 제재조치가 느슨해지고 있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 합의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8일 귀국길에 선양역에 정차한 뒤 랴오닝성 당 서기와 성장 등 고위 인사들을 특별열차 안에서 만나 시진핑 주석과의 합의사항을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협조를 구했다는 정보가 있다"고 말했다.
조한범 위원은 "중국이 당장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를 풀기는 어렵지만 그동안 지나칠 정도로 철저하게 시행해왔던 독자적인 제재는 완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예를들어 생필품 교역 재개는 대북제재 위반이 아니고, 식량은 무제한 지원을 약속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도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정확하게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중국에서 줄여왔던 원유 공급 관련한 제재를 일부, 서서히 풀어주는 것으로 합의된 걸로 알고 있다"며 이런 분석에 힘을 실었다.
또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을 전후해 '남북 경제관계의 전면적인 확대 국면에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등 대북제제 완화 이후에 대비하는 차원의 포괄적인 지시를 계속 내리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북한은 이미 4.27 남북 정상회담과 이어지는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를 고리로 제재 국면을 돌파하고, 남측 등으로부터 대규모 경제협력 사업들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조한범 위원은 "김정은 위원장은 북미 정상회담 카드로 시진핑 주석을 초조하게 만든 다음 과감하게 (대북 제재) 후방을 뚫어버린 것으로 본다"며 "우리 정부가 운전대를 잡고 지금까지 끌고 온 것은 사실이지만 어떻게 보면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이후부터 그려온 큰 그림을 바탕으로 국면을 주도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