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3일 기자들과 만나 "일괄 타결과 단계적 타결은 동전의 양면"이라면서 "포괄적 합의를 하고 합의의 이행과정은 단계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계속 말한 포괄적이고 단계적 방식으로의 타결이라는 그 큰 방향 외에 아무것도 정리된 것이 없다"면서 "이번에는 톱다운(Top-down) 방식이라 좀 더 빠르고 확실하게 합의가 이뤄지고 이를 검증하는 방식도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이라는 리비아식 해법에 대해서도 "리비아식도 합의를 이루는 과정에서 경제제재 해제, 연락사무소 설치 등 중간 과정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북핵 해결 방법과 관련한 방법론 논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리비아식 역시 중간 과정이 있었다면서 어느 한 쪽으로 쏠리는 모습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이같은 논쟁은 4월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과 미국 사이 비핵화 해법에 대한 '기싸움'을 시작하면서 심화됐다.
하지만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가 리비아식 해법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이에 무게가 실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보상은 없다는 기본 입장만큼은 뚜렷하다.
이에 반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가진 북중 정상회담에서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주장했다. 사실상 리비아식 해법에 대한 반대를 표명하며 미국과 각을 세운 것이다.
이런 가운데 조정자 역할에 나선 우리 정부로서는 오는 27일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과 미국의 입장 차를 좁힐 수 있는 제3의 길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아무런 보상 없이 핵을 먼저 포기하라는 리비아식 해법을 강요하면 북한이 아예 대화 판을 깨버릴 가능성이 크다. 반면 단계별 접근을 강조할 경우 과거 북한이 살라미식으로 보상만 챙기고 핵 개발은 계속해 왔다는 우려가 또 한번 고개를 들 것이기 때문이다.
'중재외교'로 북미 정상회담까지 성사시킨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북미 간 중간 지점을 찾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실적으로는 양측이 조금씩 양보하는 수밖에 없다. 정상회담을 통해 포괄적으로 합의하되 실제로 이행하는 것은 단계별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단계별로 북한에 보상을 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간 북한이 합의를 많이 어겼기 때문"이라면서 "포괄·단계적 해결을 동시 병행을 하되, 북한이 선조치를 취하는 식으로 신뢰를 우선 형성하고 미국이 보상하는 식으로 북미 간 합의를 이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합의 방식이 '단계적'으로 갈 가능성이 큰데, 우리 정부가 그간 주장해 온대로 '핵 동결→핵 폐기' 정도라면 단계가 너무 세분화되지 않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 수락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큰 틀에서 합의를 봐도 실무진에서 진전이 없으면 '알맹이 없는 합의'가 될 수도 있다. 관건은 결국 실무진 차원에서 미국이 만족할만한 중간 지점을 찾는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