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장관은 김정일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지영 노래에 관심을 가지는 등 열정적으로 관람했다고 전했으며, 윤 감독은 북한 노래를 부를때 관객의 호응이 가장 좋았다며 북한 노래를 더 많이 준비할 걸 그랬다는 아쉬움도 털어놨다.
윤 감독은 2일 밤 고려호텔 2층에 마련된 기자실로 찾아와 즉석 인터뷰를 했다. 그는 "평양에서 공연을 했던 선배들이 혹시 처음 느끼는 조용함에 대해 너무 의식하지 말라고 얘기를 했다"며 "저도 처음이라 앞부분에 박수를 치다가 갑자기 조용해질때 '아, 북이다'는 느낌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갈수록 관객들 경계가 풀어진 걸 느꼈다는 윤 감독은 "서현이 '푸른 버드나무'를 부를 때 이분들이 손이 다 올라갔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며 "이렇게 좋아하는데 우리가 준비를 해줄걸 하는 생각을 했다"고 당시 감동을 되뇌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가까운 거리에서 공연을 지켜본 윤 감독은 "노래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위원장이 계속 박수를 쳤다. (윤도현이 부른)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재밌어 했는데 어떤 편곡이냐고 물어서 'YB가 특별히 편곡을 했다'고 말했다"고 반응을 전했다.
또 서현과 조용필이 감기가 심하게 걸린 듯했는데 우려와 달리 공연을 완벽히 소화해냈다며 "서현씨가 무대에 올라가서 끝날 때까지 담대하고 자연스럽게 말도 잘해서 깜짝 놀랐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윤 감독은 3일 북측 삼지연관현악단과 함께 펼칠 남북 합동공연에 대해 "북쪽의 편곡은 굉장히 화려하면서도 힘이 있는 것이 장점"이라며 "저는 그 부분을 좀 더 서정적으로 풀어보고 싶었다. 서로의 접근법이 달라 짧은 준비 과정에서 어색한 부분도 있었지만, 시간이 가면서 차츰 서로 익숙해졌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특히 "그분들이 '우리가 남에 갔을 때는 당신들 노래 많이 불렀다. (남측도) 얼마나 많이 준비했는지 기대하겠다' 했을 때 미안했다. 우리가 사실 북쪽 노래를 잘 모르지 않느냐.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북쪽 음악을 우리식으로 들려드리고 싶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윤 감독은 "이번에는 아쉬워도 이런 분위기로 남북이 노래를 하고 기회가 되면 다음에는 우리 쪽과 삼지연관현악단을 다 이용해 멋있는 (북측) 가곡을 들려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런 걸 생각하면 이번 한 번으로 끝나면 너무나 아쉬울 것 같다"며 다음을 기약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 바로 옆자리에서 공연을 관람하며 대화를 나눈 도종환 장관은 김 위원장이 '가을이 왔다'는 후속 공연을 즉석에서 제안한 과정을 설명했다.
도 장관은 "'봄이 온다'는 타이틀이 스크린에 분홍색으로 나오니 김 위원장이 나를 쳐다보더니 '제목이 참 좋습니다'고 했고, 제가 '상징적인 표현입니다' 했더니 '그렇죠 상징적인 표현이죠' 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도 장관은 "평창으로 공연단 교류가 시작돼 정상회담까지 쭉 이어져서 가을쯤에는 생각이 있으니까 가을쯤이라고 얘기를 했을 것"이라고 의도를 추측했다.
도 장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윤 감독을 불러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의 편곡을 물어보기도 하고, 모르는 노래나 가수들이 나올 때는 '어느 정도의 가수냐', '신곡이냐'고 되묻기도 하는 등 적극적으로 관람했다고 한다.
남측 예술단의 마지막 평양 공연은 이날 오후 3시30분(평양시간 오후 3시)부터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다. 이날은 북한 삼지연관현악단과의 합동 연주도 예정돼 있다. 방북단은 공연과 만참이 끝난 뒤 밤 늦게 여객기 편으로 평양을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귀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