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자세로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보통의 지도자로 이미지 메이킹"
"남북, 북미 정상회담 앞두고 국제사회에 긍정적으로 어필하려는 시도"
게다가 우리의 국정원장과 통일부장관 역할을 겸하고 있는 김 위원장의 거물급 핵심 측근이 남측 기자단을 직접 찾아와 '취재 제한' 사태를 공식 사과하는 이례적인 상황도 벌어졌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세계에 자신이 보통의 지도자, 정상적인 지도자라는 모습을 강조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이와함께 어렵게 마련된 대화 국면을 최선을 다해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향후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2일자 1면에 김정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우리 예술단의 평양공연을 관람했다는 소식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특히 1면에는 김 위원장 부부가 조용필과 레드벨벳 등 우리 출연진 전원과 찍은 기념사진도 한복판에 자리를 잡았다.
김 위원장이 남측 고위 당국자나 특사단과 찍은 기념사진이 노동신문에 실린 적은 있지만
우리 민간 예술단과 단체 사진을 찍은 것도 사실상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치적 기념사진은 김 위원장이 제일 앞에 자리를 잡거나 나란히 서있는 모습이 전형적이다. 그런데 이번 기념사진속 김정은 위원장은 첫 줄이 아닌 두 번째 줄에 서있다.
북한대학원대학 양무진 교수는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남측의 대중예술가들과 사진을 찍는 것도 이례적인데, 뒷줄에 서서 찍은 것도 처음일 것"이라며 "어떻게 보면 김정은의 권위가 훼손될 수도 있는 사진인데 이를 노동신문 1면에 실은 것은 초유의 일"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아버지 김정일과 비교했을 때 탈권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고, 서방 언론에 비춰진 것처럼 '폐쇄적인 지도자'가 아니고 사람들에게 다가가려는 정상적인 지도자라는 점을 강조하려한 것으로도 보인다"고 분석했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도 "연출된 이미지 일수도 있지만 어색하거나 아주 이상하게 보이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의 모든 행보는 남북 정상회담 특히 북미 정상회담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남한은 물론 국제사회, 특히 미국인들에게 부정적으로 비쳐진 자신의 이미지를 회복하고, 이를 통해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 등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짚었다.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김정은 위원장 내외의 공연관람은 기본적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 예술단 공연 관람에 대한 답례형식이지만 상당히 파격적인 행보"라며 특히 "노동신문 1면 사진의 경우 북한 주민들이 굉장히 놀랐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홍민 실장은 "노동신문은 대내적으로 북한 주민들이 반드시 보는 매체라는 점에서 이런 파격적인 사진을 게재한 것은 주민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려는 또다른 포석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으로 남북관계에 급격한 변화가 있을 것임을 미리 암시하면서 일종의 예방주사를 놓는 성격이 있다는 것이다.
김영철 통일전선 부장이 2일 남측 기자단과 만나 전날 벌어진 공연장 취재 제한 문제를 해명하고 공식 사과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영철은 당 중앙위 부위원장이자 당 중앙군사위 위원, 당 정치국 위원을 겸하고 있는 거물급 인사"라며 "문화상 차원에서 사과해도 될 텐데 이런 위치의 인물이 직접 나섰다는 것은 일단 최고지도자가 참여한 행사에 작은 흠집이라도 생기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동시에 기자단까지 세심하게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신들이 남북 화해와 협력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무진 교수도 "통전부장이 직접 나선 것은 모처럼 마련된 화해 협력의 분위기를 소중히 여기고 조금이라도 옥에 티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최고지도자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우리 기자단에게 사과한 것도 변화고, 김 위원장이 낮은 자세를 보여주는 것도 북한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고 향후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민 실장도 "이번 공연하나만 보더라도 김정은이 현재 국면을 섬세하게 다루면서 의미있는 성과를 내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이고 노력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영철 통전부장이 스스로를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고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것과 관련해서는 "자신의 강경하고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남북관계가 경직될 수 있다는 점을 신경쓰면서 위트나 반어법으로 풀어내려 한 것 같다"며 "이런 것 자체도 큰 변화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용현 교수도 "당 부위원장이고 정치국원까지 겸한 인물이 사과한 것 자체가 김정은 위원장의 통 큰 결단이 아니면 불가능하다"며 "상당히 세심하게 배려하는 모습으로 국제사회에 어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