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카메룬 난민복서 길태산(31, 본명 에뚜빌, 돌주먹체육관)의 일성이다.
길태산은 지난달 31일 서울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복싱매니지먼트 코리아(이하 복싱M) 한국 신인 최강전 '배틀로얄' 슈퍼미들급(76.2kg) 4강전(4라운드)에서 백대현(20)에 3-0(39-36 40-35 39-37) 판정승했다.
다음달 이규현과 신인왕 타이틀(우승상금 200만원)을 놓고 결승에서 맞붙는다.
지난달 30일 만난 길태산은 복싱에 푹 빠져 있었다. 한국에서 가장 하고 싶은 건 복싱이고, 1년 여간 외국인 보호소에 수감되는 바람에 벗었던 글러브를 다시 낀 것도 복싱이 좋아서다.
길태산은 카메룬 군대에서 복싱 선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군대 안에서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2015년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때 이흑산(35, 본명 압둘레이 아싼)과 함께 탈출했다.
난민 신청자였던 길태산은 6개월마다 체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강제 추방명령을 받고 외국인 보호소에 수감됐다.
지난해 11월 난민 지위를 획득한 뒤 길태산이 향한 곳은 복싱 체육관. 공백이 길었지만 그는 "복싱이 너무 좋아서 다시 체육관을 찾았다"고 했다. 이후 3경기를 치러 모두 승리했다.
길태산은 따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다. 그가 복싱에만 전념할 수 있는 건 모 식품업체 길윤식 회장의 후원 덕분이다. 체육관에 운동하러 갔다가 길태산을 알게 된 길 회장은 몇 년째 그의 생활비를 꼬박꼬박 챙겨준다.
빠듯한 살림살이건만, 길태산은 파이트머니와 생활비를 아끼고 아껴 카메룬의 가족에게 송금한다. 고향에는 부모와 형제자매 등 8명의 가족이 산다. 길태산은 "가족이 그립다. 얼마전 부모님께 국제전화로 안부를 물었지만 오랫동안 보지 못해 슬프다"고 했다.
한국어가 서툰 탓에 사람들과 의사소통이 쉽지 않다. 그래도 주변에 이흑산 등 속 깊은 얘기를 나눌 아프리카 출신 친구 3~4명이 있어 다행이다. 서로 훈련하는 체육관이 다르지만, 이흑산(춘천아트복싱체육관)과는 1주일에 한 번 꼴로 만난다. 이흑산은 지난달 31일 길태산을 응원하러 경기장을 찾기도 했다.
길태산을 지도하는 돌주먹 체육관 최준규 관장 역시 "훈련을 열심히 하고 의지가 대단하다. 보완할 점은 거의 없다. 세계 챔피언으로 키워 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길태산은 최 관장에게 받은 링네임이다. 후원자 성 '길'에 클 태(泰) 뫼 산(山)을 붙였다. '링네임이 마음에 드냐'고 묻자 그는 "한국 이름이라 좋다"고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