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남측 예술단 공연은 1500석을 가득 메운 북측 관객들 앞에서 2시간 10분 동안 펼쳐졌다. 오랜 기간 교류가 끊겼던 탓에 남측 가수들이 다소 생소했을 텐데도 객석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부인 리설주와 남측 예술단 공연을 보며 박수치고, 공연 뒤 출연진과 일일이 악수하며 기념사진을 찍은 데서도 북측의 호의적인 반응은 단적으로 드러났다.
단연 눈길을 끈 것은 아이돌 그룹 레드벨벳의 무대였다. 멤버 조이가 드라마 촬영 일정으로 빠져 4명이 공연을 펼친 레드벨벳은, 다섯 번째로 무대에 올랐다. 이들이 히트곡 '빨간맛'과 '배드 보이' 두 곡을 부르는 동안 객석에서는 박수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대를 마치고 내려온 레드벨벳 멤버 예리는 기자들에게 "생각했던 것보다 (북측 관객들이) 훨씬 크게 박수쳐 주고, 따라 불러 주기도 했다"며 "그것 때문에 긴장이 많이 풀렸다"고 전했다.
또 다른 멤버 아이린은 "(공연 중) 숨차 하니까 관객들이 웃으며 박수쳐 줬다"고 했고, 웬디 역시 "반응이 없어도 우리 노래를 보여주려 하는 거니까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는데, 관객들이 호응을 많이 해줬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지난 2003년 10월 평양류경체육관 개관식 공연에서 남측 아이돌 그룹들을 대하던 북측 주민들의 모습과는 달라진 풍경이다. 그때 베이비복스와 함께 참여했던 신화 멤버들은, 최근 가진 20주년 기자회견에서 당시 공연을 떠올리며 "객석이 경직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남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이 모두 끝나고 로이킴의 노래 '봄봄봄'이 울려 퍼지는 와중에 북측 관계자들은 꽃다발을 전달했다. 관객들은 남측 예술단이 무대 위에서 사라지는 동안에도 한동안 기립박수를 보냈다.
특히 북측은 이번 남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16톤에 가까운 남측 공연 장비를 가져와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북측 장비를 쓰도록 했던 예전 입장과는 확연히 달라진 대목이다. 남측 조명·음향 등 장비를 실은 화물기가 방북단을 태운 비행기와 따로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남측 예술단원들 역시 이날 평양 공연에서 가사나 율동 수정 없이 본래 모습을 유감없이 선보일 수 있었다. 남측 정부지원단 관계자는 "우리 공연단 선곡 리스트에 북측이 거부 의사를 밝히거나 가사나 율동 등에 대해 수정을 요구한 사안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