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인지 몰라도 추승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전주 KCC는 잠실학생체육관을 방문할 때마다 고개를 숙였다. 서울 SK를 상대로 정규리그 원정 10연패. 지난 29일 4강 플레이오프 1차전 패배를 포함하면 11연패다.
누구도 이유를 모른다. 아마도 SK의 전력이 지난 3년동안 KCC보다 앞서거나 최소 대등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 SK는 홈경기에 특히 더 강한 팀이기도 하다.
특정 구단을 상대로, 특정 장소에서 패배가 쌓이다 보면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그게 징크스가 된다.
KCC는 어떻게든 '잠실학생 징크스'를 넘어야 했다. 1차전은 SK의 88-81 승리로 끝났다. 31일 오후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차전마저 패하면 챔피언결정전 진출의 가능성은 더 낮아지는 상황이었다.
프로농구 역사상 4강 플레이오프 1,2차전을 모두 잡은 팀이 챔피언결정전에 오르지 못한 사례는 없다.
3쿼터 초반 KCC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이정현이 왼쪽 45도 3점슛 라인 바깥 지역에서 골밑에 있는 찰스 로드를 보고 띄운 패스가 그대로 림을 통과했다. 운 좋게 3점슛이 됐다. 징크스를 깨기 위해서는 이처럼 행운도 필요하다.
하지만 정규리그를 2위로 마쳤고 4강 첫 판을 승리했으며 해결사 애런 헤인즈의 부상 공백을 대체 선수 제임스 메이스로 잘 메워가고 있는 SK 원정을 넘기 위해 KCC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평소 이상의 집중력이었다.
집중력 싸움에서 SK가 한수위였다. 그게 바로 SK의 KCC전 홈 강세의 이유였다.
KCC는 4쿼터 초반 6점차 열세를 딛고 68-68 동점을 만들었다. 이때 SK 신인 안영준이 과감한 시도로 3점슛을 꽂았다.
이후 SK는 두 차례 1점차 추격을 허용했다. 그때마다 김선형의 득점이 터졌다. 처음에는 자유투로 달아나는 점수를 뽑았고 그 다음에는 3점슛을 터뜨렸다.
KCC는 종료 3분30초를 남기고 스코어를 다시 78-74로 좁혔지만 이번에는 SK에게 행운이 따랐다. 테리코 화이트가 던진 3점슛이 림을 맞고 높게 튀어오르더니 림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화이트는 다음 공격에서 변기훈의 3점슛을 어시스트했다. 종료 2분 여를 남기고 SK가 84-74로 앞서나갔다. KCC는 마지막 남은 작전타임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승부를 뒤집기는 어려웠다.
결국 SK가 2차전에서 89-80으로 승리, 챔피언결정전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섰다. 전주 원정 3,4차전을 포함한 남은 3경기에서 1승만 거두면 결승으로 간다.
헤인즈의 대체 선수 메이스가 32점 12리바운드로 활약했고 화이트는 15점을 보탰다. 김선형은 18점 6어시스트 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18점 중 8점을 4쿼터 승부처에서 만들어냈다.
SK가 고비 때마다 김선형, 화이트, 안영준의 득점으로 살아난 반면, KCC는 막판 집중력이 떨어졌다. 4쿼터에만 자유투 15개를 던졌지만 9개 성공에 그쳤다.
KCC의 총 자유투 시도는 35회. 60%(21개 성공)의 성공률로는 징크스 탈출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벼랑 끝에 몰린 KCC가 챔피언결정전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은 이제 하나밖에 없다. 전주 3,4차전을 잡고 다시 서울로 돌아와 어떻게든 잠실학생 원정 12연패 징크스를 깨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