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의 도드람 2017~2018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4차전. 이 경기를 세트 스코어 3-0으로 승리한 대한항공은 2005년 V-리그 출범 후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했다.
그 어느 때보다 컸던 축포와 꽃가루가 날린 인천 계양체육관에는 코트 위의 치열했던 승부와는 달리 훈훈한 광경이 펼쳐졌다. 패한 현대캐피탈의 최태웅 감독과 선수들이 대한항공의 박기원 감독과 선수들에게 우승을 축하하는 모습이었다.
최태웅 감독은 꽃다발을 박기원 감독에게 전달했고, 일일이 대한항공 선수와 악수하며 우승을 축하했다. 지난 시즌까지 현대캐피탈에서 함께 했던, 이번 대한항공의 우승에 ‘숨은 공신’인 리베로 정성민과는 포옹도 하며 더욱 오랜 시간 축하 인사를 건넸다.
최태웅 감독과 마찬가지로 현대캐피탈 선수들도 외국인 선수 안드레아스까지 모두 코트 안에서는 적으로 만나지만 코트 밖에서는 친한 동료인 대한항공 선수들의 V-리그 첫 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웃으며 축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패배도 충분히 멋질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준 현대캐피탈의 최태웅 감독은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도 대한항공의 첫 번째 V-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축하했다.
“대한항공 선수들과 배구단의 첫 번째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입을 연 최태웅 감독은 “(대한항공이) 우승할 수밖에 없었던 선수들 움직임이었다. 팀을 잘 만들었다. 앞으로도 좋은 경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솔직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특히 정성민뿐 아니라 앞서 현대캐피탈을 떠나 대한항공으로 이적한 센터 진성태의 활약을 기뻐한 최태웅 감독이다.
최태웅 감독은 “우리 팀에서 다른 팀으로 간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할수록 우리 스태프와 선수들은 더 박수 쳐주고 축하한다”면서 “비록 (현대캐피탈이) 졌지만 같이 훈련했고, 타 팀에 가서 기량을 발휘한 선수들의 활약을 축하하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끝까지 코트에 남아 승자의 세리머니를 축하하는 모습은 분명 많은 배구팬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최태웅 감독은 “이번이 아니라 다음에 (우승할) 기회는 또 있다. 입장은 바뀔 수 있다”면서 “프로이기 때문에 아름다운 문화를 계속해서 만들어 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비록 코트에서는 승패가 나뉘어야 하는 잔혹한 운명이지만 경기가 끝난 뒤에는 모두가 배구로 하나가 되는 아름다운 모습을 팬들에게 선보였다. V-리그 남자부는 매 시즌 커가는 인기에 걸맞은 훈훈한 마무리와 함께 14번째 시즌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