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경찰의 미세먼지 대책 '전자 호루라기'는 무용지물

"소리 작고, 운전자 혼란" 결국 마스크 벗고 일반 호루라기 불어야

(사진=자료사진)
도로 위에 서 혼잡한 교통 상황을 정리하고 법 위반 차량을 단속하는 교통경찰은 미세먼지를 뒤집어 쓰는 신세다.

미세먼지 마스크도, 호루라기를 불어야 하다보니 수시로 벗을 수밖에 없다.

경찰청이 나서 2년 전 불지 않고 손으로 눌러 소리를 내는 '전자 호루라기' 3000여 개를 지급했지만, 교통경찰들에게는 무용지물이나 다름 없다.

소리가 작고, 운전자들은 경찰 입에 호루라기가 물려있지 않아 잘못 들은 걸로 넘기기 일쑤여서다.

왼쪽이 일반 호루라기, 오른쪽이 전자 호루라기이다. (사진=김재완 수습기자)
◇ "소리가 너무 작아" 외면받는 전자 호루라기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이었던 28일 서울의 한 대로변에서 교통경찰 A씨는 호루라기를 부느라 여념이 없었다.

마스크는 일찌감치 벗어둔 상태였다. 전자 호루라기를 갖고는 있었지만, 쓰지 못했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의 질문에 A 경찰관은 "차들이 쌩쌩 달리고 있는데, 전자 호루라기 소리로는 통제가 안 된다"고 했다.


입이 아닌 손에서 소리가 나다 보니 단속 현장에서 혼선도 벌어진다고 한다. 시민들이 호루라기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보면 경찰이 입에 호루라기를 물고 있지 않아 잘못 들은 줄 알고 오해하거나 무시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교통경찰 B씨는 "실질적으로 못쓰고 있다고 보면 된다. 전자 호루라기에 대해 현장에서 많은 불편함을 느껴서 대부분 일반 호루라기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미세먼지 때문에 괴로워하지만, 우리는 매연에 미세먼지까지 맡아야 하니 아무래도 더 힘들다"고 했다.

◇ "운전자도 혼란스러워…결국 일반 호루라기로 돌아와"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직접 큰 길가에서 일반 호루라기와 전자 호루라기 소리를 확인해 봤다.

들리는 것처럼 일반 호루라기에서 더 명확하고 큰 소리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자 호루라기를 보급한 경찰청은 소리 자체가 작은 것보다는 운전자들의 혼선을 더 큰 문제로 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전자 호루라기는 소리가 직선으로 뻗는 구조라 운전자 입장에서는 더 잘 들릴 수 있다. 하지만, 눈으로 봤을 때 물고 있는 게 아니라 시민들이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통경찰의 건강과 편의를 위해 시민들의 불편함을 눈감을 수는 없다고 판단해 일반 호루라기를 쓰는 쪽으로 결정한 것"이라 덧붙였다.

결국 전자 호루라기는 시범사업만 운영되고 보급이 중단됐다. 원하는 경찰에 한해 직접 신청해 구매할 수는 있지만,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경찰청은 교통경찰들에게 미세먼지 마스크를 보급하고,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을 보이면 호루라기를 활용하기보다 경광봉이나 마이크를 통한 교통정리를 권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 같이 혼잡한 상황이라면 교통경찰들은 마스크를 벗고 호루라기를 불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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