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박진원 부장검사)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이병기 전 비서실장과 안종범 전 경제수석, 조윤선 전 정무수석을 재판에 넘겼다고 29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할 것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실장과 안 전 수석은 세월호 특조위가 지난 2015년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조사하려 하자 이를 막기 위한 기획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불가능하다는 논리가 담긴 문건을 만들도록 하거나, '세월호 특조위 관련 현안 대응방안'이라는 문건을 실행하는데 관여하는 등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문건에는 "특조위 내부 여당 추천위원들이 의결 과정상 문제를 지속 제기하고, 필요시 여당 추천위원 전원 사퇴 의사 표명"하라거나 "국회 여당 위원들이 공개적으로 특조위에 소위 회의록을 요청하고, 필요시 비정상적·편향적 운영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실제 지난 2015년 11월 23일 특조위가 제19차 전원위원회 회의에서 '청와대 등의 참사 대응 관련 업무 적정성 등에 관한 건'을 의결하자 당시 여당 측에서는 "대통령 7시간 조사 부분을 제외하면 나머지 안건 통과에 협조하겠다"는 취지의 주장이 나왔다.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당시 여당 추천의원 4명은 회의가 진행되던 오전 9시쯤 퇴장했다.
또 당시 여당은 같은 해 11월 19일 '원내 현안관련 브리핑 - '특별조사'가 필요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는 "예산과 인력부족 타령만을 탓하는 무책임으로 일관해 무능함을 드러냈다"거나 "특조위가 활동을 '못'한 것이 아니라 '안'한 것이라 판단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검찰은 이 성명 내용의 취지가 만들어진 문건과 상당부분 일치한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기획안 내용대로 여당 추천위원들이 반발하고, 여당에서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그대로 현실화 된 것으로 보고있다"고 설명했다.
또 조 전 수석은 특조위 설립 단계와 활동 단계에 걸쳐 당시 해수부 전 장·차관과 공모해 진상규명 활동을 방해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검찰수사결과 드러났다.
조 전 수석은 설립 당시 해수부 실무자들에게 특조위 동향을 파악해 정부와 여당에 불리한 결정을 사전에 차단하거나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총괄적 대응체계 구축'을 지시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특조위가 활동을 하고 있을 때도 특조위 파견 공무원들에게 메일이나 문자를 통해 동향보고나 일일 상황보고를 받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이 설립 단계부터 장기간에 걸쳐 독립성과 중립성을 침해해 온 것이며, 특조위의 진상규명 활동을 사실상 무력화시킨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결국 수백명의 어린 학생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는 긴급한 순간에 국가 수반이 침실에 머무른 비정상적 상황을 숨기기 위해 비서실장과 수석들이 모여 특조위의 활동을 조직적으로 훼방놓은 것이다.
지난해 12월 해양수산부는 내부 감사를 통해 박근혜 정권 때 해수부 공무원들이 특조위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해수부 사무실과 국가기록원 등을 압수수색하고, 당시 김영석 전 장관과 윤학배 전 차관을 특조위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구속해 지난달 19일 재판에 넘겼다.
이후 관련자 조사를 이어온 검찰은 이 전 실장 등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이 공모해 특조위 활동 방해 공작에 관여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이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