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격자에 대한 '예외적 적격' 판정을 내린 결정은 당 최고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사안이므로, 당 지도부는 고심에 빠졌다. 공천 원칙과 정치적 실리 사이에서 골머리를 앓는 모양새다.
◇ 음주운전·뇌물…'예외적 적격' 60명
28일까지 최고위 안건으로 상정된 예비후보자 부적격자 '예외적 적격' 판정을 받은 예비후보자들은 모두 60여명.
복수의 민주당 당직자들은 "지난 23일과 27일 최고위에 안건으로 상정된 부적격 예외를 인정받은 후보의 수가 60여명 정도 된다"며 "아직 시도당에서 올리지 예비후보자까지 더하면 예외가 적용된 인원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당규에 따르면, 부적격 기준에 해당하는 후보라도 해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의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최고위원회의의 의결로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
부적격 기준은 지난달 중앙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검증위)가 밝힌 바와 같이 병역비리,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음주운전, 성 관련 범죄 등이 7대 원칙이다.
7대 원칙에 저촉돼 논란에 휩싸인 인물은 조충훈 순천시장, 임우진 광주서구청장, 오수봉 하남시장 등이다. 조 시장은 이미 최고위에서 승인을 받아 예비후보자 자격이 확정됐고, 임 구청장은 최고위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조 시장은 지난 2005년 뇌물수수 혐의로 4년여를 복역한 뒤 특별사면됐고, 임 구청장은 2013년에만 두 차례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돼 각각 100만원과 200만원의 벌금을 받은 인물이다.
심지어 오 시장은 예외적 적격 판단도 아닌 채로 검증위 검증을 무사히 통과해 예비후보자 자격을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1월 산불감시원 기간제 근로자 모집과 관련해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돼 지난달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최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당 관계자는 "피의자 신분이라는 것만으로 공천을 배제할 수 없다"며 "원칙적으로 1심 판결이 나야만 후보자 검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고무줄 잣대 논란…'원칙이냐 승리이냐' 지도부 골머리
예외 판정을 받은 예비후보자가 수십명에 달하면서 당 안팎에서는 7대 원칙을 무색하게 하는 '고무줄 잣대'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할 것이란 관측이 많은 가운데 기초단체장이나 기초의원 예비후보자들이 몰리는 것을 각 시도당에서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검증작업에 참여했던 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예외 판정을 받은 사람이 많아질수록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예외 적용은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만 합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외 적용을 받은 예비후보자들은 크게 세 부류다. 먼저 비위행위나 부도덕한 행위가 이전에 이미 충분히 알려진 상황에서 유권자의 표를 얻어 당선이 된 인물들이다. 재선과 4선에 각각 도전하는 임 구청장이나 조 시장도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또 영남권 등 민주당의 불모지에서 출마 자원자들이 부족해 부득이하게 예외 판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나 예비후보자가 부적격 기준에 해당함에도 지역 여론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상황이어도 예외 판정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결정권이 있는 최고위는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일단 최고위는 지난 28일 부적격 예외 판정을 받은 30여명의 예비후보자 중 일부는 부적격 판정으로, 일부는 부적격 예외 판정을 승인하기로 뜻을 모았다. 다만, 누가 부적격이고 누가 예외 판정을 받았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한 최고위원은 "부적격 기준에 해당하더라도 문재인 정부의 지방정책 성공을 위해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는 일과 정무적 판단 없이 공천 원칙을 고수하는 것 사이에 딜레마가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다른 최고위원은 "과거 각 시도당에서 느슨한 공천 원칙을 적용한다는 비판이 있어서 지금은 최고위가 최종 판단을 하기로 한 것"이라며 "그만큼 엄중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