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실장이 바빠진 건, 이후 참사 책임을 묻는 국회 대응을 준비하며 각종 조작과 은폐를 지휘할 때였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제1부(신자용 부장검사)가 28일 발표한 수사 결과를 보면, 김 전 실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 오후 5시 15분 중대본에 도착할 때까지 박 전 대통령을 만나지 않았다. 유선 통화, 심지어 서면 보고까지 하지 않았다. 당연히 그 어떤 제언이나 사소한 시도조차 없었다.
김장수 당시 청와대안보실장이, 침실에 머물면서 전화조차 받지 않았던 박 전 대통령에게 상황 보고를 위해 나름대로 애를 썼던 시간이 오전 10시쯤이었다. 그쯤부터 청와대 참모진들이 바쁘게 움직였다는 것을 전제하면, 김 전 실장은 '비서'라는 직책은 물론 그의 기나긴 관료·정치 이력이 무색할 지경이다.
이에 대해 김 전 실장은 검찰 조사에서 "세월호 참사는 안보실 소관이라 특별히 조치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비서실장으로서 일종의 직무유기에 대해 설명했다고 한다.
그가 바빠진 건 오히려 참사 이후다. 당시 국가역할에 대한 회의와 청와대 무능에 대한 공분이 팽배했던 만큼, 청와대 입장에선 국회 보고가 문제였다. 3개월 뒤인 7월 국회운영위 청와대 업무현황보고와 세월호 국정조사가 예정돼 있었고 10월에는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국정감사가 있었다.
김 전 실장은 일단 '거짓 상황'의 큰 틀을 짰다. 그는 따로 국회 대비 회의를 주재했다. 통상적으로는 굳이 열 필요가 없는 회의다. 여기서 그는 참사 당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현장 상황을 대통령이 신속히 알 수 있도록 20~30분 간격으로 간단 없이 실시간으로 보고했기 때문에, 대통령은 직접 보고를 받는 것 이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취지로 답변서를 정리하도록 했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가 이미 전복된 시점에야 참사를 인지했을 뿐 아니라, 대통령비서실에서 발송한 실시간 상황보고서를 두 차례에 걸쳐 일괄 보고 받았던 것과 한참 다른 것이다.
그 결과 국회는 수많은 의문을 가지고도, 김 전 실장의 발언이 '그대로' 정리된 답변서를 받아야 했다. 고령인 김 전 실장 세대가 주로 사용하는 '간단없이(끊임없이)'라는 표현이 답변서에 여과 없이 담긴 배경이기도 하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김 전 실장을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김 전 실장은 현재 구속수감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