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박의 인생 목표는 "80살까지 연기하는 것"

[노컷 인터뷰] '라디오 로맨스' 이강 역 윤박 ②

지난 20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라디오 로맨스'에서 이강 역을 맡은 배우 윤박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1987년생인 윤박은 지난 2016년 30대가 됐다. 30대가 됐을 때 나이만 30이구나 생각했지 별 느낌 없었다는 그는 30대의 목표 중 하나가 결혼이었다. 좋은 남편과 좋은 남편이 되고 싶다는 꿈으로 30대 중반에는 결혼하길 바랐지만, 지금 속도로는 도저히 안 될 것 같다고.

요즘 들어 연애하고 싶다는 마음을 슬쩍 내비친 그가 사실 가장 바라는 것은 '오래오래 연기하는 것'이다. 인생의 가장 큰 목표가 '80살까지 배우 하는 것'이라니 말 다 했다.

지난 22일,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배우 윤박의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2012년 MBC에브리원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로 데뷔해 올해로 데뷔 6년째가 된 윤박에게, '80살까지 연기하고 싶다'는 꿈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물었다.

(노컷 인터뷰 ① '라디오 로맨스' 윤박 "다음엔 멜로 주인공 하고 싶어")

◇ 자신감 얻었던 '라디오 로맨스'

윤박은 '라디오 로맨스'에서 괴짜 PD 이강으로 3개월 동안 살았다. 그는 이강이라는 캐릭터를 사랑해 준 것에 감사한다며, 본인에게는 이번 작업이 자신감과 용기를 얻을 수 있었던 계기였다고 밝혔다.

윤박은 "연기하는 저 스스로가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아무리 잘하는 사람도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의심을 갖게 하는 것 같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제가 자신감이 있다면 그것도 시청자들에게 전달됐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떤 프로그램이든 손만 대면 청취율 1위를 찍는 실력파이면서, 어느 날 훌쩍 인도나 티베트로 떠날 수 있는 자유로운 면도 갖고 있고 '괴짜'로 불리는 이강을 그는 100% 소화했다. 인생 캐릭터라는 찬사가 따라붙는 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이강을 인생 캐릭터라고 볼 수 있느냐는 물음에 "아무래도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전에 했던 것들도 다 의미 있고 뜻깊은 캐릭터였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서 좀 더 저 자신을 칭찬해 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비록 시청률은 2~3%대를 유지했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호흡은 무척 좋았다. 윤두준, 김소현 등과의 호흡을 묻자 윤박은 "카메라 뒤에서는 너무나 친남매처럼 장난도 많이 치고 잘 지냈다. 아무래도 서로 편해지다 보니 연기할 때도 잘 묻어나와서 좋았다"며 "관계가 껄끄러우면 연기할 때 제약이 있었을 텐데 저희는 전 스태프가 다 너무너무 잘 지냈다"고 자랑했다.

특히 로맨스 상대였던 김소현을 두고는 "어린 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연기가) 너무 좋았다. 서로 합도 잘 맞았다. 그 친구가 잘 받아줬고 저도 많이 받았고, 되게 즐거웠다"고 밝혔다.

◇ "1년에 한 편씩 연극은 꼭 하고 싶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가족끼리 왜 이래' 차강재, '여왕의 꽃' 박재준, '더 패키지' 의문의 추적자 윤수수, '청춘시대' 박재완 (사진=각 방송 캡처)
윤박은 올해로 데뷔 6년이 됐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로 시작해 '사랑해서 남주나', '굿닥터', '여왕의 꽃', '대세는 백합', '가족끼리 왜 이래', '돌아와요 아저씨', '청춘시대', '내성적인 보스', '더 패키지', '마술학교'까지 여러 작품에 출연했다. 특히 최근 2~3년간은 연 2~3편에 연달아 출연했다.


다작의 비결을 물으니 "저는 생각보다 너무 여유가 많다. 일하고 싶었던 적이 많다. 쉬면 안 된다"며 웃었다. 그는 "옛날에는 (쉬면) 불안했었는데 저는 쉴 때 활용을 잘 못 하는 것 같다. 저만의 시간이 생겼을 때 낭비하는 느낌이 든다. 바쁠 때가 저 스스로 더 살아있는 느낌이다"라고 답했다.

연차가 쌓인 만큼 주연 욕심이 생기지는 않을까. 그는 "딱히 주연을 하고 싶다는 욕심은 없다. 여러 상황이 맞아야 하는 거니까. 언젠가는 기회가 오겠죠? 안 올 수도 있지만, 온다면 최선을 다해서 할 것"이라는 포부를 전했다.

비중이 작아도 캐릭터만 맘에 들면 작품을 하게 된다는 윤박은 '청춘시대'와 '청춘시대2'에서도 윤진명(한예리 분)의 상대역인 셰프 박재완 역으로 특별출연한 바 있다. 그는 "'비중 작으니 하기 싫다' 이러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다"며 "박재완-윤진명 커플 많이 좋아해 주셨기 때문에 시즌이 만약 이어진다면 출연하는 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윤박은 "저는 지금도 작품을 하는 것에 대해 너무 감사해서 앞으로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앞으로 차곡차곡 80살까지 하고 싶다. 그때까지 연기하는 게 제 목표"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그의 주 무대는 드라마였지만 영화와 무대도 활발하게 오가고 싶다고.

윤박은 가능하면 1년에 한 편 정도는 연극 무대에 서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무대에 서는 건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저 또한 재밌다. 한두 달 동안 연습하면서 인물과 작품을 만들어가는 것, 술 한잔하면서 얘기하는 것, 무대 올랐을 때 관객 만나는 것 다"라고 답했다.

이어, "같은 작품인데도 (공연 때) 매번 달라지는 게 있고 점점 탄탄해지는 과정이 참 재밌다. 한 편 한다고 해서 연기가 (확) 는다고 할 순 없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조금 치유받는 느낌? 천천히 준비하면서 하나하나 바꿔가며 연기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해 보고 싶은 작품을 묻자 "제가 노래를 잘할 수 있다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해 보고 싶다. '김종욱 찾기'도. 제가 노래를 못해서 이건 희망 사항이고, 연극 같은 경우는 '클로저' 해 보고 싶다"고 답했다.

◇ 계속 연기하게 만드는 힘, '봐 주시는 분들'

윤박은 개 4마리를 키우는 '개아빠'다. 윤박은 여건이 허락한다면 1년에 한 편씩은 연극 무대에 서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윤박 인스타그램)
한 가지 일을 6년 정도 하면 감이 잡힐까. 윤박은 "상대방 바스트 (씬) 찍을 때 조명에 얼굴 가리지 않기? 그런 스킬이 생겼다. 조금은 잡생각이 줄어든 것 같다. 예전엔 어떤 대사를 내뱉을 때 조금 잡생각을 했다면 이제는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달까. 그런 걸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꾸준히 연기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가장 큰 힘은 역시 시청자다. 그는 "연기하면서 느끼는 개인적인 감정도 좋지만 봐 주시는 분들이 좋아해 주실 때가 제일 좋다. 저희 혼자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봐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하는 거니까. 그게 제일 뿌듯하고 기분 좋고 원동력이 된다"고 답했다.

그동안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 온 것도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딱 맞는 역할은 아직 찾아가는 중이다. 잘하는 연기를 주로 해서 칭찬받는 것도 좋지만, 연기하는 본인이 재미를 느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제가 잘하든 못하든 연기할 때 스스로가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금 더 다양한 캐릭터들을 만나고 싶어요. 잘하면 칭찬받는 거고 못해서 쓴소리를 듣더라도 그걸 통해 수정, 보완해서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으니까요. 조금씩 조금씩 발전하는 배우가 되는 게 제 꿈입니다."

◇ 취미로 하는 작사, 불러줬으면 하는 가수는 백예린

윤박은 연예계에서도 소문난 개 아빠다. 무려 4마리의 개를 키운다. 간혹 집에서 쉴 틈이 생겨도 개들을 돌보면 하루가 훌쩍 간다. 그는 "출근해야 하는데 다 물어뜯어 놓으면 (그거 정리하느라) 늦는다. 하지만 행복하다. 책임감도 더 커진다"고 말했다.

요즘 반려동물과 같이하는 예능이 많이 생겼는데 출연해 볼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아직 제안이 오지도 않았다. 온다면 감사하지만 제안이 안 왔다"고 답해 또다시 취재진을 폭소케 했다.

배우 윤박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윤박의 다른 취미는 음악 듣기다. 집안일을 하거나 운전할 때 노래를 자주 듣는다. 인스타그램에도 좋아하는 곡을 소개하는 글을 종종 올린다. 노래를 직접 부를 생각은 없어도, 작사는 하고 있다. 아직 한두 편 정도이지만.

윤박은 "필명으로 작사한 걸 내 보고 싶다고 했었다. 작사가들은 위대하다. 쉽지가 않더라. 근데 술 먹고 쓴 게 (결과물이) 더 좋은 것 같다. 작사가까진 너무 거창하고 혼자 끼적이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혹시 작사한 곡이 나온다면 누가 불러줬으면 싶은지 묻자 '백예린'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노래 부를 때 목소리가 너무 좋고, 감성이 잘 전달되는 것 같다. (제 가사에) 감성 어린 내용이 많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인터뷰 끝에 '라디오 로맨스' 배우들과 제작진에게 재차 감사 인사를 전한 윤박은 잠시만 휴식을 가진 후 조만간 차기작에 들어간다. 데뷔 후 처음으로 도전하는 사극이다.

"그 시대의 옷을 입었을 때 제가 어떻게 행동하고 말해야 할지를 앞으로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런 걸 하나하나 찾아갈 때 기쁠 것 같고요. 못 찾으면 좌절할 것 같지만. 조금씩 배워가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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