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의원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표현의 자유 후퇴시키는 일베 폐쇄 추진을 우려한다"며 "행위자에 대한 처벌강화를 넘어 플랫폼 자체를 차단하는 것은 '닥치고 그만'식의 태도"라고 주장했다.
'일베'는 고인 모독, 여성혐오, 소수자 차별, 지역 비하, 세월호 유가족 조롱 등으로 끊임없이 논란을 만들고 있는 사이트다. 단순히 '표현의 자유'만을 근거로 옹호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나 의원 역시 과거 "표현의 자유는 무제한적 자유가 아니"라고 말한 바 있다.
2008년 여의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타인 권익이 침해되든 말든 신경쓰지 않는 표현의 자유를 보호할 수는 없다"며 "온라인상에서는 명예훼손과 불법 허위정보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다.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었다.
실제로 그는 과거 본인의 호화 피부과 논란에 대한 보도를 비롯해 자녀 부정입학 의혹, 박근혜 전 대통령 풍자화 등에는 즉각 고소 및 기자회견으로 대응했었다.
그러던 그가 표현의 자유 경계를 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일베' 에 대해서만은 왜 이토록 호의적일까?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기 전 일베에는 나 의원의 미모를 '칭송'하는 글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 무렵 일베 이용자들은 호화 피부과 논란, 딸 성신여대 부정입학 의혹에 대해서 반박하며 나 의원을 적극 감쌌다.
나 의원에 대한 일베의 태도가 달라진 건 나 의원이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면서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적극 반대하던 일베는 나 의원을 '배신자', '역적'으로 규정했고, '보수의 탈을 쓴 자격미달'이라며 맹비난했다.
그러나 지난 1월, 나 의원이 남·북한 올림픽 단일팀을 반대하며 '평양올림픽'이라고 일컫는 등 현 정부에 반대 의견을 내놓자, 일베는 다시 '친' 나경원 글들로 채워졌다.
나 의원을 평창올림픽 조직위에서 파면시켜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항하기 위한 글들이었다.
이처럼, 나 의원에 대한 일베의 여론은 그가 보여줬던 정치적 스탠스에 따라 표변해왔다.
그리고 나 의원이 '일베 폐지 반대' 입장을 밝힌 26일 이후, 일베에는 '일베여신 나경원', '갓경원', '나카(각하를 발음대로 적은 '가카'와 나 의원의 성을 합친 말)' 등 나경원 칭송글들로 다시 도배돼 있다.
하지만 그동안 그랬듯이 나 의원과 일베의 관계가 언제 다시 틀어질 지 알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