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빨간 립스틱과 짧은 검정 원피스를 들고 욕실로 가.” “짧아?” “좀 많이는 아니고, 무릎 바로 위까지.” “너 그 원피스 입고 벌써 세 번이나 강간당했어” “뭐?” “그 원피스 너무 짧잖아.” “그런 옷 입었다고 강간당한다면, 뭔가 다른 게 있을 거야.” “다른 게?” “네가 꼬리를 쳤겠지.” “...(눈물)...” “야밤에 혼자서 그렇게 옷을 입고서….”
소녀들의 이야기에는 다양한 주제가 있다. 페미니즘, 성폭력, 차별, 비만, 동성애, 죽음, 이주민 문제 등. 소녀들이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고, 작가가 상상해서 지어낸 이야기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실제로 아이들이 이같은 놀이를 한 것이 모티브다.
“경찰 둘이 버스를 세우고 올라오더니 너네보고 내리라는 거야.” “누구한테.” “너희 셋한테.” “근데 왜 우리야.” “우리 아무 것도 안 했어.” “너희들 여기 사람이 아니잖아.” “우리가 여기 사람이 아니라고?” “난 너네 옆집에 살잖아!” “신분증.” “어?” “너네 신분증, 신분증 보자고 하잖아!” “없어” “나도” “그럼 모두 경찰서로 그러지 집에는 내일 비행기로.”
아이들은 어른의 거울이다. 다시 말해 어른들의 모든 말과 행동은 아이들에게 스며든다. 어른들의 폭력적 언어와 행동이 아이들에게 되물림된다. 그것이 어른이 의도한 게 아닐지라도 말이다. 결국 성인들의 폭력은 이미 어린 시절, 아동이나 미성년들끼리의 폭력에서 그 근원을 찾아볼 수 있다.
아이들은 이야기는 지어낸 허구지만, 그 기반은 결국 현실이다. 아이들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해 나온 각각의 이야기는 우리 성인 자신이 들어있는 현실 세계의 이야기인 것이다. 또한 여성의 이야기 같지만 남성과 무관하지 않은, 인간의 문제 차원에서 질문을 던진다.
배우들 역시 “남녀 이야기로 분류하는 공연이 아니다”며 “여성 피해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결국은 한 인간의 문제이자 모든 인간이 겪는 상황이다. 열린 시선으로 봐 달라”고 당부했다. 그런 의미에서 아홉소녀 중에는 남자 배우들이 참여한다.
연극은 3월 22일 시작해 다음 달 8일까지 대학로 동양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프랑스 연극을 주로 보이는 극단 프랑코포니의 창단 10주년 기념공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