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언론매체들의 관심은 인민대회당과 숙소로 예상되는 댜오위타이(釣魚台)로 쏠리기 시작했다. 철저한 보안에 안개 속에 가려진 북한 인사들의 일정 가운데서도 인민대회당과 댜오위타이는 그나마 대면할 가능성이 높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밤 8시(현지시간) 즈음 도착한 인민대회당은 희뿌연 공기 속에 이미 삼엄한 경계망을 펼치고 있는 공안들의 모습이 띄엄띄엄 눈에 포착됐다. 인민대회당 쪽 보도는 공안이 일반인의 통행을 완전히 차단한 상태로 접근이 불가능했고 인민대회당과 톈안먼(天安門)을 가로지르는 시창안제(西長安街) 도로 맞은편 보도 역시 인민대회당 쪽으로는 행인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벽이 설치되고 촘촘히 배치된 공안들이 가로막고 있었다.
평소 행인통제가 빈번한 중국의 현실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 정도의 통제는 1년중 가장 큰 정치행사로 불리는 양회(兩會) 개막식 때나 5년 마다 한번씩 열리는 당대회에서야 볼 수 있을 정도로 드문 광경이었다.
시창안제 쪽으로 나있는 인민대회당 북문주변에는 북한 측 차량으로 보이는 20여대의 세단과 미니 버스 3대, 구급차 2대가 주차돼 있었다. 차량 대수나 구급차까지 대기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국빈에 준하는 의전으로 볼 수 있는 규모였다. 취재진들이 자리잡은 인민대회당 북문 맞은편 보도는 천안문 인근이라는 특성상 취재진 말고도 일반 중국시민들과 관광객들의 통행이 빈번했다. 취재진들은 공안과의 충돌을 의식해 별도의 카메라나 촬영기구들을 사용하지 않고 인민대회당 쪽을 주시하기 바빴다.
오후 9시가 되자 인민대회당 쪽에서 조금씩 움직임이 있었다. 낮에 베이징 시내에서 목격된 공안 사이드카 20여 대가 인민대회당 북문 앞에 집결하기 시작했다.
순간 행사가 끝나고 북한 인사들이 나오는가 싶었지만 당장 북한측 인사들이 나오지는 않았다. 사이드카가 집결한지 한 시간여가 더 지난 밤 10시쯤 집결한 사이드카에 불이 들어오고 공안들이 인민대회당 앞 도로에 차량이 지나지 못하도록 통제하기 시작했다.
북한 측 인사들이 나오는 모습을 보기 위해 취재진들이 앞으로 나섰지만 그 때까지 취재진과 충돌하지 않았던 공안들이 한 두명씩 취재진들에게 다가와 안전검문을 하자며 검문소 쪽으로 이동할 것을 강요했다. 타이밍상 북한 인사들의 이동 모습을 외신기자들에게 노출시키지 않기 위한 조치로 보였다.
중국 공안들이 소몰이 하듯 기자들을 일제히 검문소로 밀어 붙이면서 결국 인민대회당에서 나서는 북한측 인사들을 볼 기회는 사라지고 말았다. 속절 없이 검문소로 끌려간 기자들은 여권과 기자증을 내놓고 지니고 있던 소지품 검사도 받아야만 했다.
공안들은 여권을 소지하지 않은 기자들에게는 중국 규정을 지키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특별히 처벌하지 않겠다며 일장 훈계를 늘어놓기도 했다. 공안들과 실라이 끝에 나왔지만 북한 차량들은 이미 사라지고 난 뒤였다. 북한 차량 행렬은 20여 분이 지난 뒤 오후 10시30분 쯤 중국 국빈관인 댜오위타이(釣魚臺) 동문에서 목격됐지만 역시나 삼엄한 경계 속에 촬영이나 접근은 불가능했다.
새벽 1시쯤 홍콩의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블룸버그 통신 기사를 인용해 김정은 위원장이 이미 베이징에 도착해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지만 실제로 그의 모습을 확인할 길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