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KCC를 구한 추승균 감독의 2가지 결단

프로농구 전주 KCC 추승균 감독 (사진 제공=KBL)

"3차전을 마치고 결정했습니다"

26일 오후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전주 KCC와 인천 전자랜드의 6강 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

KCC는 외국인선수 2명이 출전 가능한 2,3쿼터에 국내 최장신(221cm) 센터 하승진을 출전시키지 않았다. 대신 4차전 때 시도해 가능성을 확인한 방법 그대로 전자랜드의 해결사 브랜든 브라운에게 맞섰다.

KCC는 센터 찰스 로드가 아닌 포워드 안드레 에밋에게 전자랜드 빅맨 브라운의 수비를 맡겼다. 대신 찰스 로드는 전자랜드의 포워드 네이트 밀러를 전담 마크했다.

하지만 로드의 시선은 상대적으로 공격력이 떨어지는 밀러에게 고정되지 않았다. 브라운이 골밑을 파고들 때마다 로드는 골밑 도움수비를 갔다. 로드의 높이와 노련한 위치 선정은 브라운에게 적잖은 부담이 됐다.


KCC는 1승2패 벼랑 끝 위기에서 탈출한 4차전에서도 이같은 수비를 시도해 재미를 봤다. 그래서 추승균 감독은 한번 더 시도했다. 완성도는 더 높았다.

KCC가 이처럼 매치업에 변화를 둔 이유가 있다. 추승균 KCC 감독은 3차전 원정 패배 뒤 새로운 수비 전술을 구상, 시도하기로 결심했다.

추승균 감독은 5차전에서 79-64 승리를 거둔 뒤 기자회견에서 "에밋에게 브라운에 대한 맨투맨 수비를 맡기고 로드에게 도움수비를 지시했다. 4차전 때 시도해봤는데 5차전에서 더 잘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3차전을 마치고 이렇게 해보기로 결정했다"며 "에밋이 로테이션 수비를 잘 못한다. 대신 '한 선수만 막아달라'고 부탁했다. 에밋은 브라운에게 높이에서 밀린다. 대신 베이스라인으로 브라운을 몰고가면 도움수비를 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 수비가 5차전에서 완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브라운은 5차전에서 야투성공률 50%를 기록하며 25점을 올렸다. 하지만 KCC는 브라운이 가급적 '터프 샷'을 던지도록 강요했다. 최종전에 임하는 브라운의 집중력은 놀라웠다. 그래서 다득점이 나왔지만 KCC는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비를 했다.

추승균 감독이 5차전에서 꺼내든 비장의 카드는 하나 더 있었다. 4차전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베테랑 가드 신명호 카드였다.

추승균 감독은 5차전을 앞두고 "오늘도 신명호가 주전으로 나간다"며 "이정현이 편안하게 수비에서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신명호는 4차전에서 선발로 출전해 14분을 소화했다. 5차전에서는 21분동안 코트를 밟았다. 수비력은 탁월하나 득점력이 약한 신명호는 점수를 뽑지 못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공헌도가 높았다.

추승균 감독은 6강 5경기에서 평균 18.2점, 2.6어시스트를 기록한 이정현의 활약을 높게 평가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6강 MVP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이정현을 언급하며 "많이 뛰었고 해결사 역할을 잘해줬다. 수비 부담도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승균 감독은 최종 5차전에서 이정현이 수비 부담을 덜고 공격에 집중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역으로 신명호를 중용했다. 이정현은 자신을 배려해준 추승균 감독의 결정에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정현은 "(신)명호 형과 정희재가 너무 잘해줬다. 두 선수가 MVP라고 생각한다"며 "상대팀이 나를 막는 선수는 최대한 많이 움직여 나의 체력을 소모시키라는 얘기를 들었다. 너무 따라다니다 보니까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추승균 감독님께서 내 매치업을 상대팀 가드로 바꿔주셨다. 난 공격적인 선수다. 명호 형 덕분에 시너지가 났다. 명호 형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추승균 감독은 4차전을 통해 기존과 다른 수비 전술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5차전에서 더 강하게 밀어붙였다. 결과는 대성공. 3차전 패배로 벼랑 끝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해법을 모색한 것이 결과적으로 효과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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