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소속 가이드 공모(36) 씨는 26일 오후 관광객들에게 종묘의 역사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잿빛 하늘'에 대고 연신 목소리를 높여댔다.
최악의 미세먼지로 인해 공 씨가 섰던 서울 종로구를 비롯한 수도권 전역에 비상저감 조치가 시행된 상황이었다.
쉼 없이 말하다 보니 가래가 끓고 입가에 먼지가 쌓이는 느낌마저 들지만, 고객들이 불쾌해 할까 봐 쉽게 마스크를 꺼내 들 수 없었던 것.
공 씨는 "말하는데 입에 먼지가 많이 붙는 느낌이 들고 가래도 끓는다"면서 "많이 불편하고 발음에도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간 여행사에 소속된 가이드 A 씨의 경우 심지어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게 회사 지침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회사에서는 마스크를 쓴 가이드를 좋지 않게 보는 경향이 있다"며 "요즘엔 '아예 쓰지 말라'고 직접 얘기하기까지 한다"고 성토했다.
특히 노점상, 택시운전사 등은 혹여 병에 걸렸다는 오해를 받아 매출이 떨어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 야쿠르트 판매원은 "손님이 왔는데 마스크를 쓰고 말하면 잘못 알아듣기도 하고, '환자인가' 하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도저히 못 쓰겠더라"고 말했다.
주차관리인 조모(59) 씨의 경우 "회사에서 제공해준 마스크가 있지만 일을 하다 보면 너무 답답해져서 쓸 수가 없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이처럼 최소한의 안전장비도 없이 거리를 활보할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미세먼지의 계절은 야속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