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부적으론 인재난에 따른 반발, 외부적으론 일선 경찰 등 여론의 반발에 직면하면서 내우외환(內憂外患)을 겪는 모양새다.
특히 사실상 마지막 남은 '서울시장 카드'로 거론되던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를 영입하는 과정마저 순탄치 않아 당이 혼란에 빠진 기류다.
한국당 핵심관계자는 지난 23일 김 전 부총리를 만나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김 전 부총리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출마 여부에 대해 "어떻게 보면 시간이 상당히 많이 지난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26일 언론인터뷰에서도 확답을 내놓진 않았지만 "너무 늦었다"며 사실상 불출마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내가 정치를 하려면 명분이 필요하고, 이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런 설명을 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다.
한국당 지도부는 이 같은 김 전 부총리의 입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영입 방안을 고심하는 모습이다. 한 고위 당직자는 "(김 전 부총리의 결단에)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직까지 김 전 부총리의 출마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건 아니라는 뜻이다.
당 지방선거기획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명연 의원도 통화에서 "지방선거를 떠나서 김 전 부총리를 초청해 시국에 관한 의견을 듣길 원하는 의원들이 다수 있다"며 "김 전 부총리의 경륜과 지혜를 얻을 수 있는 토론회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김 전 부총리에 대한 '모시기 행보'를 통해 출마 명분을 만들겠다는 시도로 읽힌다.
앞서 한국당은 서울시장 후보로 홍정욱 헤럴드 회장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영입을 검토했지만 당사자들이 고사하면서 무산됐다. 홍 대표가 직접 영입을 추진한 이석연 전 법제처장마저 지난 18일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지방선거의 '꽃'이라고 불리는 서울시장 후보 영입을 두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한국당의 인재난을 상징한다는 평이다.
지방선거를 코 앞에 두고 펼쳐지는 제 1야당의 '기현상'에 인재영입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홍 대표에 대한 책임론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홍 대표는 당내 갈등을 수습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확대 원내대책회의에 직접 참석했지만, 정작 홍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이주영·나경원·유기준·정우택 등 중진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들은 최근 홍 대표가 서울시장에 직접 나서겠다는 결기라도 보여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아울러 원내대표가 주재하고, 상임위원장까지 모두 참석하는 확대 원내대책회의를 열 게 아니라, 홍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중단된 최고·중진 연석회의를 열라고 압박하고 있다. 중진과 홍 대표 간 정례적으로 당 상황을 놓고 논의할 수 있는 소통창구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이주영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중국 소왕과 천리마' 일화를 인용, "당 대표 말에 조금이라도 반대의견을 내면 제명 등으로 협박하는 불통의 정당에 인재가 모일 수는 없다"며 "지금 홍 대표는 역사의 교훈을 되새겨 봐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한편, 당 바깥에선 홍 대표와 장제원 수석대변인의 발언에 따른 일선 경찰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번엔 김성태 원내대표가 나서 수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울산경찰청의 김기현 시장 측근 수사에 대해선 정치공작이라고 비난하면서도, 장 수석대변인이 논평에서 '미친 개' 등 격한 표현으로 경찰을 비난한 데 대해선 "해당 논평에서 장 대변인이 지목한 대상은 정권의 충견을 자처하고 있는 울산경찰청의 일부 정치 경찰이었다"라고 밝혔다. 여론의 추이에 따라 한 발 물러섰다는 평가다.
김 원내대표는 홍 대표가 언급한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당론 재검토'에 대해서도 균형감 있게 접근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홍 대표도 검·경수사권 문제에 대해 완전히 경찰의 입장을 배제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