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는 없고 여론은 안좋고...한국당 '내우외환'

'사실상 마지막 카드' 김병준 영입 난항...경찰과 '미친개' 공방 벌이다 후퇴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지도부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원내대책회의 시작에 앞서 천안함 46용사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자유한국당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부적으론 인재난에 따른 반발, 외부적으론 일선 경찰 등 여론의 반발에 직면하면서 내우외환(內憂外患)을 겪는 모양새다.

특히 사실상 마지막 남은 '서울시장 카드'로 거론되던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를 영입하는 과정마저 순탄치 않아 당이 혼란에 빠진 기류다.

한국당 핵심관계자는 지난 23일 김 전 부총리를 만나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김 전 부총리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출마 여부에 대해 "어떻게 보면 시간이 상당히 많이 지난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26일 언론인터뷰에서도 확답을 내놓진 않았지만 "너무 늦었다"며 사실상 불출마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내가 정치를 하려면 명분이 필요하고, 이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런 설명을 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다.

한국당 지도부는 이 같은 김 전 부총리의 입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영입 방안을 고심하는 모습이다. 한 고위 당직자는 "(김 전 부총리의 결단에)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직까지 김 전 부총리의 출마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건 아니라는 뜻이다.

당 지방선거기획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명연 의원도 통화에서 "지방선거를 떠나서 김 전 부총리를 초청해 시국에 관한 의견을 듣길 원하는 의원들이 다수 있다"며 "김 전 부총리의 경륜과 지혜를 얻을 수 있는 토론회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김 전 부총리에 대한 '모시기 행보'를 통해 출마 명분을 만들겠다는 시도로 읽힌다.

앞서 한국당은 서울시장 후보로 홍정욱 헤럴드 회장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영입을 검토했지만 당사자들이 고사하면서 무산됐다. 홍 대표가 직접 영입을 추진한 이석연 전 법제처장마저 지난 18일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지방선거의 '꽃'이라고 불리는 서울시장 후보 영입을 두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한국당의 인재난을 상징한다는 평이다.

지방선거를 코 앞에 두고 펼쳐지는 제 1야당의 '기현상'에 인재영입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홍 대표에 대한 책임론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홍 대표는 당내 갈등을 수습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확대 원내대책회의에 직접 참석했지만, 정작 홍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이주영·나경원·유기준·정우택 등 중진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들은 최근 홍 대표가 서울시장에 직접 나서겠다는 결기라도 보여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아울러 원내대표가 주재하고, 상임위원장까지 모두 참석하는 확대 원내대책회의를 열 게 아니라, 홍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중단된 최고·중진 연석회의를 열라고 압박하고 있다. 중진과 홍 대표 간 정례적으로 당 상황을 놓고 논의할 수 있는 소통창구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이주영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중국 소왕과 천리마' 일화를 인용, "당 대표 말에 조금이라도 반대의견을 내면 제명 등으로 협박하는 불통의 정당에 인재가 모일 수는 없다"며 "지금 홍 대표는 역사의 교훈을 되새겨 봐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한편, 당 바깥에선 홍 대표와 장제원 수석대변인의 발언에 따른 일선 경찰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번엔 김성태 원내대표가 나서 수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울산경찰청의 김기현 시장 측근 수사에 대해선 정치공작이라고 비난하면서도, 장 수석대변인이 논평에서 '미친 개' 등 격한 표현으로 경찰을 비난한 데 대해선 "해당 논평에서 장 대변인이 지목한 대상은 정권의 충견을 자처하고 있는 울산경찰청의 일부 정치 경찰이었다"라고 밝혔다. 여론의 추이에 따라 한 발 물러섰다는 평가다.

김 원내대표는 홍 대표가 언급한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당론 재검토'에 대해서도 균형감 있게 접근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홍 대표도 검·경수사권 문제에 대해 완전히 경찰의 입장을 배제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많이 본 뉴스